난 아직도 중국에서 만드는 2차 세계대전 영화를 조금 무서워한다. 사상 같은 게 문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감상한 중국의 2차 세계대전 영화는 마루타 부대를 다루는 영화였다. 당시엔 제목이 '마루타'였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실제 제목은 '흑태양 731'이라고 한다. 흑태양 731은 내용이라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당시 731 마루타 부대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생체 실험을 영상으로 담은 게 전부다. 동물의 내장이나 병원에서 얻은 뼈 등을 이용해서 고어씬을 묘사하고, 그걸 전부 아주 밝은 조명 아래에서 고스란히 비추다 보니까 겨우 14살이었던 내겐 실제인지 가짜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냥 실제 생체실험을 눈 앞에서 보는 듯한 기분에 구역질이 났는데, 자막조차 없던 무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