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국뽕 유튜브 채널 말대로 잡다한 건 안 움쳐가는 한국인

즈라더 2023. 3. 28. 23:47

 며칠 전 급하게 프린트할 일이 있어서 프린트 카페에 들렀다. 급한 일정을 위해서 급하게 움직여 급하게 방문한 것이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지 감이 오시려나 모르겠다. 당연하다는 듯 출력을 위해서 가져갔던 USB를 두고 와버렸다. 심지어 프린트 카페에 USB를 두고 왔다는 걸 이틀 후에야 알았다.


 당황했다. USB 안에는 파일이 단 하나가 있었는데, 소득금액증명서로 내 개인 정보가 전부 들어 있었다. USB 자체의 가격도 좀 비싼 녀석이다. 적어도 구매 당시엔 7만 원 정도였다. 

 

본문과 관계 없는 쉬쟈치


 짜증을 내며 당연히 누군가가 훔쳐갔겠거니 하다가 최근 유튜브의 국뽕 채널 등을 통해서 '한국 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훔쳐가지 않는다'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던 게 떠올랐다. 한국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고, 그걸 또 믿는 사람은 뭘까 하며 한심해했던 기억이다. 비록 그 영상을 보진 않았지만, 그 국뽕 유튜브들에 한 번 걸어보기로 하고 프린트 카페로 향했다.


 없었다. 당연하다. 하루 가까이 흐른 지금 시점에 있을 리가 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는데 순간 눈에 '분실물함'이라고 적힌 상자가 들어왔다.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한 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상자를 열어보니.


 있었다.


 정말로 내것이 맞는지 한참을 바라봤는데, 고리 부분의 기스까지도 정확하게 내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허어, 국뽕 채널이 개소리만 지껄이는 줄 알았더니만 가끔은 맞는 소리도 하는구나 싶었다. 한국에는 도둑놈이 넘쳐난다는 걸 안다는 전제 하에, 이런 사소한(?) 물건까지 가져가버릴 정도의 노양심은 드물다는 얘기에 동의하게 생겼다.


 이제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을 누군가가 출력해서 가져가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해야 할 타이밍인데, 그냥 믿어보기로 한다. 대한민국에 양심이 그래도 아직은 남아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