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넷플릭스 주간 순위 포스팅에서 <나르비크>가 상당히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번 주간 순위를 살펴보니까 꼭 그렇지도 않다. 9.9백만 시간까지 폭락. 즉, <나르비크>의 첫 주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정이>와 <디보션>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탈할 기세를 보이자, 넷플릭스 측에서 적극적으로 알고리즘을 통한 홍보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마 흥행작인 <트롤의 습격>과 마찬가지의 노르웨이 영화라면서 노출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정도로 지금 넷플릭스의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얘기를 하면 불만을 가질 사람도 있겠지만, <정이>와 <디보션> 특히, <정이>의 실패는 넷플릭스에 있어서 굉장히 큰 치명타가 아니었나 싶다.
<나르비크>는 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다. 기존 개봉작의 해외 배급권을 넷플릭스가 구매해서 N 마크만 붙이고 서비스하기 시작한 경우. 그런 작품을 밀어줘야 할 정도로 넷플릭스가 급했던 것으로 여겨지며, 아마 최근 넷플릭스가 각국에서 영화의 판권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이탈하려는 구독자들을 붙잡기 위함이랄까. 그리고 계정 공유를 막는다는 공지가 수정되고 미뤄진 것 역시도 지금 상황에서 계정 공유를 막았다간 이번 분기 구독자수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금 <라스트 오브 어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HBO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가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어서 구독자를 빼앗아 온다고 친다면 지금이 기회인데, 넷플릭스까지도 부진이 빠진 걸 보며 '이쪽 시장도 보통 헤매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작품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뜻이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부문의 1위는 지난주에 이어서 <유 피플>. 그 외에 새롭게 진입한 작품들이 참 많지만 대부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며, 성적도 매우 좋지 않아서 특기할 만한 건 없다. 그나마 2위를 차지한 <파멜라, 러브 스토리>는 파멜라 앤더슨이 직접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다큐멘터리라서 주목할 만한 정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팸 앤 토미>도 그렇고 저 나라에선 파멜라 앤더슨이 정말 인기가 많았나 보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부문에서는 <바이킹 울프>가 1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트롤의 습격>, <나르비크>에 이어서 이것도 노르웨이 영화다. 비영어권 영화 쪽에서는 노르웨이가 두각을 드러내며 차트를 장악해가고 있다. 아마 <트롤의 습격>을 본 사람들에게 알고리즘이 <나르비크>를 추천했고, <나르비크>를 본 사람들에게 <바이킹 울프>를 추천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추천한다고 사람들이 다 보는 게 아니므로 그만큼 노르웨이의 영화가 전 세계인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적어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비영어권 영화 중에선 확실히 노르웨이의 것이 잘 나가는 게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 와중에 우리의 <정이>는 3주 차 밖에 안 됐는데 완전히 몰락해서 10주 차인 <트롤의 습격>과 비슷한 성적을 냈다. 연상호 감독님 다음에는 좀 잘해봅시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부문은 엄청난 공백기다. 1위를 차지한 <록우드 심령회사>가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 않은 데다 그 외의 작품들도 그다지 좋은 성적이 아니다. 오죽하면 <웬즈데이>가 롱런하고 있겠는가. 보통 영어권 TV가 비영어권 TV를 압도하는 성적을 거두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주간 순위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서도 공백기라는 게 느껴진다. 영어권 영화 주간 순위에 이어서 영어권 TV 주간 순위까지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각국의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사들이는 게 이해가 가기 시작할 것이다.
다행히도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서 상당히 괜찮은 성적들을 내고 있다. 상향평준화되었다고 하면 적당하겠다. 이럴 때를 위해서 라틴과 한국 드라마가 있다는 것처럼 딱 타이밍 맞춰서 차트를 양분하고 있고, 성적도 매우 출중한 편에 속한다. 1위를 차지한 <스노우 걸>은 스페인 드라마의 판권을 사 온 것이고, 2위는 보시다시피 <피지컬 100>이다.
이름을 올린 한국 드라마와 예능은 2위 <피지컬 100>, 5위 <일타 스캔들>, 7위 <환혼: 빛과 그림자>, 9위 <사랑의 이해>다. 이미 세계적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피지컬 100>이 당연하다는 듯 들어갔고, 넷플릭스가 해외 판권을 사서 서비스하는 <일타 스캔들>, <사랑의 이해>의 회차가 쌓이면서 제대로 좋은 성적을 냈다. <환혼: 빛과 그림자>는 아예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현재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강렬한 기세로 <여신강림>이 치솟아 영어권 포함해서 10위 안에 들어가 있다. 다음 주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주간 순위에서 높은 순위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컨텐츠의 다음 타자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와 <연애대전>이다. 둘 다 그렇게까지 기대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화제가 되질 않고 있다. 예고편부터가 흥미를 끌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되어버린 케이스다. 예고편을 너무 못 만들었거나, 너무 많은 걸 보여줬거나. 그런 두 작품의 다음 타자는 3월의 <더 글로리> 파트 2. 현재까지 <더 글로리> 파트 2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2분기로 밀렸다. <더 글로리> 파트 2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렷다. 2분기 K 컨텐츠의 시작은 아마도 <사냥개들>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김새론 음주운전 사건으로 재촬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