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순위 및 칼럼

넷플릭스 주간 순위 1월 16일 - 22일, 빈집털이 '정이'와 K 컨텐츠의 부진

몰루이지 2023. 1. 25. 08:06

<정이> 넷플릭스 공식 이미지

 

 많은 사람이 <정이>가 플릭스패트롤에서 쭈욱 1위를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평가뿐 아니라 외국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정이> 말고 볼 만한 영화가 넷플릭스에 없다.

 

 함께 공개된 <디보션>이 생각보다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드라마 쪽에도 이렇다 할 작품이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 유저들이 <정이>로 완전히 쏠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혹평 세례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정이> 임에도 많은 사람이 감상하고 있는 것. 혹평과 별개로 그냥 가볍게 즐길 만한 넷플릭스 재질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부담스럽지 않은 유형의 영화라는 얘기다.

 

 사실, <정이>의 1위 질주는 넷플릭스가 포장도로를 깔아준 결과물이기도 하다. 난 한국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이렇게까지 빈집을 만들어준 경우는 처음 봤다. 보통 한국 작품은 오히려 다른 작품의 빈집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공개 일정이 조정되거나 파트가 나뉘는 등 이래저래 피해(?)를 입는 일이 빈번했는데, <정이>는 정말 드물게 <정이>만을 위한, 완벽한 빈집이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빈집을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수준으로, 넷플릭스가 작정하고 한국 작품을 대우해 주기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한다.

 

 어쨌든 그렇게 <정이>는 탄탄대로를 걸으며 포스팅을 작성하는 1월 25일까지도 플릭스패트롤 기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혹평이 난무하는 터라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상당한 하락세를 겪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어쨌든 지금은 계속 순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다음 주에 공개될 이번주 주간 순위가 조금 기대된다. 연상호 감독은 페이스북에 이러한 지표들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며 대단히 기뻐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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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부문은 <우리집 개를 찾습니다>가 1위를 차지했다. 반려견이 실종되어 찾는, 뻔하디 뻔한 스토리일 수 있는데, 하필 그 반려견이 애디슨 병을 앓고 있어서 30일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처지라는 설정이 추가되어 있다. 살짝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모양이다. 평가는 평론가 사이에선 심각하게 좋지 않고, 대중 사이에선 그럭저럭 즐길 만하다는 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크리스찬 베일의 추리물인 <페일 블루 아이>는 대중의 평가가 상당히 안 좋더니만 주간 순위 낙폭이 어마어마한 수준. 이제 크리스찬 베일도 작품을 좀 공을 들여서 골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래 작품 선구안이 썩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역대 순위 영어권 영화 차트

 

 영어권 영화 역대 순위에서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를 모았던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결국, <버드 박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4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작품의 수준을 고려해 보면 적정한 성적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부문의 1위는 예상하시는 그대로 <정이>가 차지했다. 수치가 썩 좋은 편이 아니지만, 2위와 차이가 압도적인 1위인 데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빈집이기 때문에 다음 주에 공개될 이번주 주간 순위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1주 차만 두고 보자면,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역대 순위에 잠깐 이름을 올렸었던 <카터>의 성적이 <정이>보다 훨씬 좋았다. 첫 주부터 2700만을 넘기고 시작했으니까. 이를 고려해 볼 때 <정이>의 성적은 어쩌면 우리의 기대를 한참 밑돌 지도 모른다. 정말 말 그대로 빈집이라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실제 성적은 <카터>의 근처에도 못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영화에 대한 평가는 <카터>가 훨씬 좋지 않았다.

 

주간 순위 영어권 TV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순위는 <지니 & 조지아>가 그대로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순위에 들 정도의 대박은 아니지만,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할 만하다. 

 

 그건 그렇고 <웬즈데이>의 엄청난 롱런을 보시라. 롱런의 추이가 <오징어 게임>과 정말 많이 흡사하다. 이 정도면 누적 수치로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를 이길 수도 있고, 어쩌면 <오징어 게임>의 위치까지 넘볼 수도 있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부문의 1위는 <La Reina del Sur> 시즌 3가 차지했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 2, <더 글로리>가 경합하는 와중에 살며시 끼어들더니 오히려 역주행을 해버린 케이스다. 3주 차 성적보다 4주 차 성적이 더 좋은, 매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으며, 잘하면 역대 순위에도 들어갈 수 있을 추이다.

 

 <더 글로리>의 낙폭은 딱 예상한 수준. 파트 2가 공개되면 자연스럽게 넷플릭스 역대 순위 10위 안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이번 순위의 한국 작품은 <더 글로리>와 <환혼>뿐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환혼: 빛과 그림자>가 아니라 시즌 1인 <환혼>이 순위에 들었다는 것. 시리즈가 완결된 김에 처음부터 다시 보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더 글로리>가 뜻밖의 대박을 터트리면서 넷플릭스의 태도가 변화했다. 파트 1의 예고편도 아닌 파트 2의 스페셜 예고편을 제작했고, 넷플릭스 미국 유튜브 계정에도 업로드하는 등 파트 1의 공개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홍보에 임하는 중이다. 일본은 <퍼스트 러브>와 같은 스타일의 작품도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고선 한국은 액션물 위주로만 홍보해 주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는데,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옳다. 홍보의 수준은 장르가 아니라 작품성이 기준이 되어야만 한다. 넷플릭스는 작년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아니라 <더 글로리>와 같은 작품의 홍보에 돈을 더 투자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 것 같아서 천만다행이다.

 

 넷플릭스 코리아에는 업계의 뛰어난 이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들었다. 앞으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좋은 작품을 우선적으로 홍보하는 센스를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컨텐츠의 다음 타자는 <연애대전>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넷플릭스 제작이 아니라 판권을 사 온 케이스. 그래서인지 홍보에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다. <연애대전> 역시도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인데, 예고편만 봐도 대충 이유를 알 것 같다. 기시감이 너무 짙다. <더 글로리> 파트 2가 나오기 전까지 K 컨텐츠의 암흑기가 계속될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