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배우가 음악 방송의 MC를 장기간 맡는다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아이즈원 김민주가 배우로 전업을 한 뒤 <음악중심>에서 하차한 것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찾아올 일이었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시라. 배우의 본업은 배우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음악방송의 MC가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다. 그리고 이 촬영 스케줄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일이며, 비중이 큰 조연 이상이 되면 생방송 예능을 위해서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일은 드라마 제작사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다. 그래서 배우가 들어가는 예능은 배우의 공백기에 맞춰서 시즌제로 운영되거나 <런닝맨>처럼 격주로 촬영이 진행된다. <음악중심>과 같이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생방송 예능은 사실상 배우가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이전 사례를 통해서 증명이 되었다.
예를 들어서 <뮤직뱅크>의 신예은. 지금 핫하디 핫한 신예은이 신인 시절, <에이틴>의 기세에 더해서 젊은 세대에 더 어필하려고 들어간 예능이 <뮤직뱅크>다. 꽤 오래 진행하다가 하차했는데, 딱 김민주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공백기가 시작될 무렵에 들어가서 드라마 촬영 하나를 마치고 나서 하차. MC 자리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뮤직뱅크>를 통해 팬들도 많이 생겼던 터라 그만두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매주 나가는 예능을 위해서 스케줄을 조절하는 것도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에 부담을 안겨주는 일인 데다 본인도 정신, 신체적으로 완전히 갈려나갔을 것이다. 보통 작품 하나다. 음악방송의 MC를 본 배우들 대부분이 MC 진행을 하면서 작품 하나를 찍어보고 난 뒤, '아, 이건 안 되겠구나'를 직감하고 하차한다.
아직 우리나라 드라마의 9할이 완전한 사전 제작으로 제작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나 텐트폴 드라마가 아니면 대체로 방영 일정까지 빠듯하게 진행되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이런 이유로 스케줄은 주연 배우에게 완전히 맞추도록 되어 있으며, 김민주가 <금혼령>에서 맡았던 비중 큰 조연 정도가 되면 촬영 일정이 없어도 촬영 요청이 있을 수 있으므로 대기를 한다. 물론, 김민주는 배우 업계에서는 조연급에 불과해도 이미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아이즈원의 멤버였으므로 네임밸류와 흥행 기대치에 맞춰 스케줄 조정에 나름대로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테지만, 김민주의 성격을 고려해 보시라. 제작진이나 다른 출연진에게 부담을 주는 일을 계속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음악 방송 MC는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쉽지 않은 신인 배우에겐 은근히 달콤한 과실이다. 신예은이 <뮤직뱅크> MC를 맡음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팬이 생기고 찍덕까지 붙는 등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틱톡에 <인기가요> MC 장면만 편집해서 올리는 외국팬이 생겼을 정도로 노정의 역시 <인기가요>를 진행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배우들이 헤메코에 들어가는 비용이 출연료의 몇 배나 되어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음악 방송의 MC 자리를 탐내는 경우가 있는 것. 따라서 김민주가 <음악중심>에서 하차하는 이유엔 단순히 김민주 본인이나 소속사의 '이제 배우니까 음악 방송은 안 해야지'라는 엉뚱한 자의식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물론, 내가 한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 그저 추측일 뿐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오디션장에서 감독이 아이즈원 이미지를 없애야 한다는 이유로 음악방송에서 하차하길 바랐을 수도 있고, 아이즈원의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한 소속사의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속사 측에서 아이즈원 이미지를 벗기고 싶었다면, 김민주가 패션 잡지 컨텐츠에서 위즈링을 소개할 때 클레임을 걸었거나 편집하도록 요청했을 것이다. 게다가 배우에게도 팬덤이란 정말 중요한 법. 소속사가 위즈원의 심기를 거슬러서 김민주에게 좋을 일이 없다. 즉, 가능성이 매우 적은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아래로 <음악중심> 퇴근길의 김민주 찍덕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