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파트 1, 파트 2로 나누어서 공개한다는 아이디어를 누가, 왜 내놓았는지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실패를 거두었다. 파트 1에 실망한 사람들은 파트 2를 보지 않았으며, 덕분에 넷플릭스 주간 순위의 성적이 매우 처참하다. 대체 누가 이따위 아이디어를 내놓았는지 징계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지경. 파트를 나눈 방법도 괴상하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2나 원작 <종이의 집>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끊은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절반으로 뚝 나눠서 끊었다.
제작진이나 배우들은 파트 1, 파트 2로 나누어질 거라고 생각을 안 하고 제작에 임했다고 한다. 즉,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이제부터 재미있을 겁니다'라고 예고하기도 전에 뚝 끊겼던 것으로 봐도 되겠다. 실제 파트 2를 감상해본 결과, 재미있는 부분은 후반에 전부 몰려 있었다. 배우들까지도 '파트 2가 정말 재미있다'면서 변명을 하게끔 만든 넷플릭스 코리아의 선택에 한숨만 나온다. 그런데.
<더 글로리> 역시 파트 1, 파트 2로 나누어서 공개한다고 한다. 보아하니 이것도 기계적으로 절반을 뚝 끊은 모양.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넷플릭스가 미쳤다'라고 말하는 중. 넷플릭스가 다른 OTT보다 더 강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시리즈를 한 번에 공개한다는 점이었는데, (아마도) 눈앞의 이익에 미쳐서 이런 식의 중간 자르기를 계속하다가는 구독자 다 놓친다. 안 그래도 최근 디즈니 플러스가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마당이다. 넷플릭스 측이 계정 공유를 막겠다고 하자 '그렇다면 탈퇴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넷플릭스만의 장점을 버린다고?
기왕 파트를 나눌 거라면 성의라도 보이면 좋겠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는 기승전결의 기승전까지 먼저 공개하고 결을 나중에 공개하는 식으로 구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클리프행어에도 클래스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파트 1과 파트 2의 간격을 좀 좁히자. <더 글로리>는 파트 2는 3월에 나온다고 하는데, 이건 간격이 너무 길지 않은가.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부문에선 예상대로 <길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치 자체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
그 외에 주목할 만한 건 <프리즈너스>다. 아는 사람은 안다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걸작이다.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권한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부문에선 <신의 구부러진 선>이 1위를 차지했다. 대단히 잘 만든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어서 조만간 볼 예정. 리플리 증후군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미스테리 스릴러라고 한다.
그 외에 또 보고 싶은 작품은 <빅 4>. 인도네시아의 무술 액션 영화는 무조건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부문에선 <웬즈데이>가 여전히 1위. 그러나 생각보다 낙폭이 커서 <오징어 게임>을 넘는 건 이미 불가능해졌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조차 넘지 못할 가능성이 보인다. 제대로 입소문을 타고, 여전히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이 정도 낙폭이라. 새삼 <오징어 게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런 <오징어 게임>을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 2가 이길 수 있을까? 일본 넷우익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던데 말이다.
오랜만에 한국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 주간 순위에 6개나 들어갔다. 순위 순서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재벌집 막내아들>, <환혼>, <환혼: 빛과 그림자>, <외모지상주의>, <슈룹>. 이 중의 <슈룹>은 이제 종영된 지 오래되어서 밀려나갈 예정이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환혼: 빛과 그림자>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다음 주에 공개될 이번주 주간 순위에선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사내맞선>보다도 못한 저 수치를 보시라. 엉망이다.
참고로 <환혼>에 이어서 <환혼: 빛과 그림자>의 해외 반응이 심상치 않다. 어찌나 격렬한지, 유럽에서도 나름 성공을 거뒀던 <스위트홈> 때보다 이번 <환혼: 빛과 그림자>로 고윤정의 네임밸류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을 지경. 역시 K 드라마에서 팬덤을 구축하려면 장르물이 아닌 로맨스물에 나와야 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환혼: 빛과 그림자>의 최종 성적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타고 있는 입소문을 바탕으로 쭉쭉 뻗어 나가서 고윤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또 하나의 시즌이 탄생하길 바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컨텐츠의 다음 타자는 <더 패뷸러스>와 <더 글로리>. <더 패뷸러스>는 크리스마스이브 23일에 공개되고, <더 글로리>는 30일에 공개된다. 1주일 간격이기 때문에 사실상 두 작품이 경쟁하는 셈. 개인적으로는 <더 패뷸러스>가 승리하지 않을까 한다. 최소한 국내에선 그렇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파트를 나눈 드라마에 크게 데인 한국 시청자들이 <더 글로리>를 외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보의 수준은 개긴 도긴. 양쪽 모두 아시아권 틱톡과 K 컨텐츠를 주로 다루는 스운과 같은 곳에만 홍보를 하고 있다. 자칫하면 두 작품 모두 플릭스패트롤의 일일 순위 10위 안에 한 번도 못 들어가는 굴욕을 맛볼지도 모른다. 사실, 글로벌하게 적극적인 홍보를 거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제외하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컨텐츠들이 다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