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선진국과 SLBM, 오징어게임 등 바야흐로 국뽕의 시대

즈라더 2021. 9. 30. 12:00

오징어 게임
인도,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남아공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1위를 기록 중인 <오징어 게임>. 이 TV쇼에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던 이탈리아도 결국 무너졌다.

 

 중국과 일본의 대중문화가 미국 시장을 정복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20세기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는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치며 지금 내놓으라 하는 할리우드의 작가주의 감독들에게 흔적을 남겼다. 여전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힘은 압도적이라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이 하나 나오면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다. 틱톡은 완전히 일본 애니메이션이 장악했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미 이소룡으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린 홍콩 영화는 '중국 영화'로 통합되는 시점에 나타난 <와호장룡>과 <영웅>으로 아예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를 점령해버렸다. 성룡과 이연걸을 필두로 장쯔이, 공리 등이 줄이어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그러니까 한국이 최초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에서 '외국(영국이나 호주, 캐나다는 제외하기로 한다)'의 대중문화가 인기를 끈 순서는 일본 -> 이탈리아 -> 중국 -> 스페인 -> 한국 순서라고 보면 적당할 것 같다. 다만 이 중에서 'TV쇼' 그러니까 우리 식으론 드라마라 부르는 시리즈물이 이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낸 건 거의 없었기에 '최초'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국뽕을 맞고 잠깐 실신해도 좋다. 솔직히 나도 서구권에서 적당히 흥행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본토에서도 1위하는 한국 드라마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콧대 높던 영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니 놀랍다는 말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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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5년 동안 한국에 뭔가 잘 풀리는 마법이라도 걸린 것 같다. 엄밀하게 얘기해 한국 로맨스 드라마가 고퀄리티를 유지하며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무려 20년 전부터였고, 장르물까지 인기를 누리게 된 건 10년 전부터였다.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칸 영화제에서 성공한 <올드보이>나 <밀양>도 엄청 오래 된 작품들이다. 케이팝 쪽을 살펴보면 빅뱅, 카라, 소녀시대 등이 이끈 '신한류'의 영향으로 케이팝이 서구권에 확장된 지 8년 정도가 되었다. 즉, 한국 대중문화가 강력한 힘을 지닌 지 한참 지났음에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던 세상이 5년 전부터 급속도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신계에 도달한 BTS가 세계 최고의 보이 그룹이 된 건 2017년, 블랙핑크가 코첼라에 서서 폭발적 반응을 낸 게 2019년이었다. 한국이 IT 강국이 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세상 사람들은 그걸 인식하지 못 하다가 코로나19 방역에 IT 기술을 접목하는 한국의 정책을 보고 나서야 인식하기 시작했고,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한국의 바이오산업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젠 SLBM을 계기로 한국의 국방력까지 (긍정적, 부정적 의미 모두 포함해서) 주목을 받는다. 한국 군사력이 세계 10위 안에 든지도 한참 지나지 않았나. 왜 이제야 주목을 받는 걸까. 한국 경제가 사실상 선진국 반열에 들어간 지 6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선진국으로 승격된 이유가 뭘까.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근 5년 동안 한국은 급류에 배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솔직히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문이다. 국내에 산재해있는 치명적 요소들 (불로소득에 미쳐버린 사람들의 부동산 시세 농락, 실패한 저출산 정책 등) 때문에 빛의 속도로 주목받은 만큼 빛의 속도로 추락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안 들 수가 없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의 주목을 얻고 있다. 중국과 일본마저도 예전보다도 훨씬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니 이 또한 주목받고 있다는 증거. 그런 주목도 덕분인지 수출 산업이 크게 흥했다. 중국의 한한령과 우한 폐렴을 이겨낸 결과물이니 더욱 놀랍다. 왕이 부장을 불러놓고 SLBM 미사일을 공개한 건 21세기 들어 중국의 뒤통수를 제일 세게 때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통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쟁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리만족 측면에선 최고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