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이 그렇게 떠나가고 아마 제일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게 프로미스나인과 프로미스나인의 팬들일 텐데, 다행히도 꽤 그럴싸하게 잘 풀려가는 모양이다.
아마 프로미스나인처럼 모호한 처지로 장기간 방치된 그룹도 없을 거다. <아이돌 학교>는 크게 실패한 오디션이었고, 이미 방송 직후부터 조작 투표가 있다는 게 확정된 경우였다. 그리고 <아이돌 학교>가 억지로 구겨 넣었던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이란 컨셉 때문에 매력적인 멤버들이 잔뜩 모여있음에도 실력이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프로미스나인은 실력이 없는 걸그룹이라는 편견이 입덕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아이돌 학교> 제작진의 패착이었다. 오디션에 참여한 이들 중 상당수가 연예인 지망생 혹은 연예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장기간 있었던 이들이다. 최종 데뷔에 성공한 이서연은 YG 연습생 중에서도 에이스라고 불렸을 만큼 실력파였다. 실력 없는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을 '준비된 걸그룹'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여초 사이트 등에선 음악방송 라이브를 중계하다가 프로미스나인의 무대를 보며 '괜찮은 것 같은데?'라는 반응이 나오면 비웃음을 당할 정도로 실력 없는 걸그룹 취급을 받았다.
프로미스나인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여겨졌을 '소속사' 문제도 <아이돌 학교>에서 비롯되었다. 본래 <아이돌 학교>의 데뷔조를 담당하기로 했던 프로듀서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도망쳐버렸고, 덕분에 뜬금없이 플레디스의 한성수가 그룹을 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무언가 엇나간 건지, 매니지먼트 기획의 거의 모든 부분을 플레디스가 하는 상황임에도 프로미스나인의 소속은 CJ EnM의 음반 유통을 담당하던 스톤뮤직이었다. 더 큰 오류는 데뷔로부터 몇 개월 뒤에 일어났다. <프로듀스 48>의 데뷔조를 한성수가 프로듀싱하기로 한 점. 즉, 데뷔조인 아이즈원 역시 CJ의 오디션 방송으로 데뷔해서 한성수가 프로듀싱을 맡는, 프로미스나인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자 CJ는 프로미스나인과 아이즈원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회사에 계약시키는 게 아니라 오프더레코드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밀어 넣어버렸다. 여기서 아이즈원과 다르게 프로미스나인은 7년 계약의 정규 그룹이란 걸 기억해둬야 한다. 세상에 정규 그룹을 페이퍼 컴퍼니에 밀어 넣는다는 게 말이 되나.
즉, 프로미스나인은 스톤뮤직 소속임에도 매니지먼트, 프로듀싱, 숙소까지 전부 플레디스가 담당하는 괴상한 상황에 처해있다가 스톤뮤직에서 나와서 오프더레코드라는 페이퍼 컴퍼니에 소속된 채 올해 초까지 활동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받았을 프로미스나인의 정산 관련 불이익이나 설기 설기 얽힌 계약 사항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넹글 돌아버릴 지경이 된다.
이건 프로미스나인으로선 억울한 일이다. 앨범 3만 장 정도가 팔리면 작은 규모의 콘서트를 할 수 있고, 굿즈도 발매할 수 있다. 게다가 계속 싱글만 발매했음에도 3만 장이니 정규라도 발매하면 훨씬 큰 판매량을 올릴 수 있을 터. 그런 좋은 포지션에 올랐음에도 프로미스나인은 방치되었고, 이는 아이즈원이 플레디스를 떠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조작 사건이 더욱 화제가 되면서 마치 플레디스와 CJ가 서로에게 그룹을 넘기려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기까지 했다. 덕분에 프로미스나인은 데뷔한 지 3년 차가 되도록 상표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도 등록되어 있지 않으나 회사가 플레디스로 확정된 이상 곧 등록되지 않을까 한다.)
프로미스나인이나 팬들이나 여러모로 고통이었을 3년. 이제 간신히 기지개를 켜는 모양이다. 한 때 회사 식구였던 그룹이 잘 된다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돌판에서 발을 떼면서 추가적인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고, 덕분에 지금까지 적은 것들도 전부 과거형이라는 점 이해해주시길. 리더인 이새롬이 '회사와 싸워서라도 컴백하겠다'라고 했다던가. 강한 의지가 보기 좋다. 슬프지만 그래야 하는 상황이니까. 힘내기를.
아래로 트윗에서 긁어온 프로미스나인 이서연과 이나경의 직찍 몇 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