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인은 완전히 걸크러쉬 - '여자'를 부수는 게 아니라 여성팬들의 마음을 부수는 정상적인 걸크러쉬 - 스타일의 그룹이다. 비트도 나름 잘 뽑아내고, 한국의 걸크러쉬 그룹들처럼 꽁꽁 싸매는 게 아니라 과감한 노출을 시도하는 그룹이라 (이 그룹엔 완전히 남자와 똑같은 스타일링을 하는 멤버도 있어서 멤버마다 다르다고 해야겠다.) 계속해서 동남아 케이팝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던가.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실 하나. 동남아 남자들도 남자다. 노출 패션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고, 그걸 노리기 위해서 중국이 거리의 섹시한 여성들을 찍어서 보정으로 다리를 이메다로 늘린 뒤 유튜브에 살포하는 것. 과거 산다라박이 필리핀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잡지에서 찍은 섹시 화보였다는 필리핀 사람들의 트위터를 본 적 있다. 남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든 간에 비슷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의 걸크러쉬 그룹과는 다르게 미칠듯한 다이어트로 몸매를 만들고 과감히 노출하는 더 나인에 끌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본래부터 동남아 쪽은 화교 자본의 지배력이 강해서 중국어에 익숙하기도 하다. 애초에 섹시함으로 통했던 쉬쟈치(许佳琪, 서가기)야 그렇다 쳐도 공설아(孔雪儿, 콩쉬에얼)처럼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멤버마저 엄청난 다이어트와 함께 대담한 의상, 섹시한 화장을 하고 화려하게 나온다. 이 화려함이라는 게 또 얼마나 화려한지, 여성들의 눈길을 화끈하게 사로잡는 수준이다. 예전부터 얘기했던 거지만, 한국 여성들마저도 수준이 한참 낮은 중국의 고장극에 끌려가는 이유가 돈을 쏟아부은 의상과 소품들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중국의 자본을 '싫어한다'를 넘어서 '두려워한다'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거품 경제라고 해도 중국의 돈빨은 무조건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다. 경각심을 가지자. 한국 연예 기획사들이 최근 내놓는 걸그룹들의 촌스러움은 상상 이상이다.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연예계 전반에 걸쳐서 자금이 달리다 보니까 엉망진창인 프로듀싱과 기가 찰 정도로 저렴한 의상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중국은 역겹게도 한국이 힘들어하는 공백을 제대로 노리고 있다. 돈이 있으니까.
더 나인에서 한국과 관련이 깊은 공설아와 쉬쟈치의 사진만 가져와봤다. 공설아는 JYP 출신이고, 쉬쟈치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중국의 트렌드에 맞춰서 엄청 나게 다이어트를 했다. 특히 공설아는 거의 뼈만 남은 느낌이다. 잊지 말자. 중국의 저 과하다면 과할 수 있는 스타일링은 한국에선 어떨지 몰라도 동남아 사람들에겐 익숙하다. 충분히 먹힌다는 얘기다. 선민사상이라도 되는 것마냥 방심하고 있다간 일본처럼 갈라파고스가 되어버린다. 다른 멤버는 어떨지 몰라도 쉬쟈치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나름 한국 팬덤도 구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