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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 (2019) 매우 성공적인 미스테리 스릴러

즈라더 2021. 7. 13. 12:00

 사바하는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과 달리 색채가 옅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보자면, 구마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검은 사제들과 달리 사바하는 개신교, 불교 소재로 밑밥만 깔아 두고 실제론 오컬트 파헤치기에 주력하고 있는, 사실상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에 가깝다는 얘기다. 모호하게 퓨전을 추구한 탓에 어느 쪽이든 색채가 옅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사바하의 장점이기도 하다.


 사바하는 신앙심을 잃고 칼럼니스트 겸 종교 탐정으로 먹고 사는 목사의 시선으로 사이비 종교를 파고 들어가다가 '진짜'를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목사는 '시선'이 되어줄 순 있어도 당사자가 될 수는 없는 법. (괴상한 이능력 배틀물이 되기 십상이다.) 덕분에 굉장히 독한 영화의 사건들을 속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편에 속한다.


 사실, 이 영화는 추리 스릴러의 형태를 지니고 있음에도 뒤를 캐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애초에 '인간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사바하가 주로 받은 비판은 '모호하다'였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파헤침의 대상'이 되는 사이비 종교를 바라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추리 스릴러 앞에 미스터리를 붙이고 이를 오컬트로 치환해보자. 영화는 순식간에 신기한 것 투성이가 된다. 종교를 아는 사람도, 종교를 모르는 사람도 다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오락물이 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영화판 다빈치 코드를 흥미진진하게 봤다. 이는 다빈치 코드가 대단히 뛰어난 추리 영역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니라 소재가 금기라 불릴 법한 '종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바하가 다룬 소재는 다빈치 코드처럼 과오를 거쳐 이제 정교로 인정받는 종교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과오'일 수 있는 사이비 종교를 담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어떤 과정 혹은 목적에서 탄생한 것인지 마지막에 도달해서야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초월적 존재까지 그려 넣었다. 얼마나 흥미진진할지 감이 잡히는가.


 미스테리 추리 스릴러의 겉옷을 입은 만큼, 사바하는 꾸준히 오락성을 추구한다. 지루해질 틈이 보일 때마다 다소 과장된 방식의 귀신 등장씬이 나오는 등 분위기 환기에 필사적이다. 이런 측면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든 흥행성을 확보하려는 감독의 고민이 느껴진다. 검은 사제들의 초대박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온전한 믿음을 얻지 못 했던 건지, 아니면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사이비 종교를 다룬 영화기에 불안해했던 건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의 질로나 오락성으로나 모자랄 것이 없는 작품으로 탄생했기에 긍정적인 고민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사바하에서 꼭 아쉬운 부분을 찾으라면 촬영 쪽이 될 것 같다. 날 것을 노렸다고 하기엔 너무 깔끔하고, 깔끔한 것을 노렸다고 하기엔 너무 날 것이다. 검은 사제들의 기깔난 촬영을 되새겨보면 더욱 아쉽다.

 

 이하 스크린샷은 사바하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당연히 최신작답게 화질이 매우 좋다.

 

무서운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슬픈 장면이고, 이 영화엔 점프 스케어도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