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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2019) 영화판에서 탄생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후예

몰루이지 2021. 8. 10. 08:00

 걸작의 첫 번째 징조. 뛰어난 배우들이 조연으로 들어가길 자처한다. 두 번째 징조. 그런 작품의 감독이 부정적 의미의 논란에 섰던 감독이다. 나이브스 아웃은 딱 이 징조를 다 가지고 있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이 대단히 뛰어난 감독임엔 틀림이 없지만, 분명히 전작인 라스트 제다이가 작품성과 별개로 수없이 많은 헤이터를 양성해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누군가에겐 걸작 중의 걸작으로, 누군가에겐 할리우드 역사상 최악의 졸작으로 언급되는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의 차기작에 연기파 괴물들이 몰려갔다. 그냥 몰려간 게 아니라 크리스 에반스는 본인이 MCU에 나와서 받은 개런티보다도 제작비가 적은 영화에 조연으로 들어갔다. 아마 많은 사람이 '대체 어떤 영화가 나왔길래 저러지?'란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갔을 것이다.


 나이브스 아웃은 쫄깃하다. 등장인물들이 사건 당일의 행적을 이야기할 때 조금씩 어긋나는 것들이 보일 때 '어쭈?'하게 되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범인에 가까운 인물의 행적을 액자식 회상으로 전부 알려줄 때 '이것 봐라?'하게 된다. 혹시나 다른 반전이 있지 않을까 싶은 시점에서 '범인은 바로 이 녀석!'이라고 도장을 찍고 모두가 예상하는 전개로 나아간다. 영화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유산 상속 장면이 영화의 중간 즈음이다. 유산 상속 장면이 예상대로 전개되고 그 후속 조치에 대한 기대감에 들뜨는 순간 라이언 존슨은 칼날을 들어 넌지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가리킨다. 


 "여러분, 제일 중요한 게 남았잖아요."


 거의 신에 들린 듯한 각본과 연출이다. 단계별로 쌓아뒀던 구멍들은 차근차근 채워지고, 맥거핀으로 끝날 줄 알았던, 프롤로그 시점에 단 한 사람에게만 들렸던 그 대사가 우아한 파장을 만들었을 때엔 마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아 채워 넣는 듯한 행복감을 준다. 이런 즐거움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이후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후계자는 이렇게 영화판에서 나왔다. 다니엘 크레이그에겐 007을 끝내고 이어갈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생겼다. 속편도 아주 많이 기대해본다.

 

 이하 스크린샷은 나이브스 아웃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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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역할의 키스 스탠필드
취재하는 블랑 탐정
취조하는 블랑 탐정 2
마르타 역의 아나 디 아르마스
K 칼런
추리 결과를 말하는 블랑 탐정
제이콥 역을 맡은 제이든 마텔
복선의 핵심
취조하는 블랑 탐정과 형사
취조 받는 마르타
할란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
블랑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살이 상당히 찐 다니엘 크레이그
랜섬 역의 크리스 에반스
멕 역의 캐서린 랭포드
린다 역의 제이미 리 커티스
전면에 나서는 블랑 탐정
진정한 가족의 오붓한 한 때
모르핀을 주사하는 마르타
유언장 낭독씬
화재씬
언제나 씬스틸러 역할을 맡는 토니 콜렛
비스타비전 화면비와 우아한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이를 잘 살려낸 화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