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앤 본>에서 사용하는 무기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중간 즈음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섀도우 앤 본>을 보는 내내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땡겼었는데, 어느 걸 볼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퓨리>를 봤다.
개인적으로 <퓨리>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시선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일단 액션의 대부분이 밀실에서 이루어진다. 탱크 안이라는 아늑하다면 아늑한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투씬은 스케일이 작아서 황량할 뻔한 영상에 '전쟁'을 채워주는 놀라운 재주를 뽐낸다. 또한, 마치 거대한 로봇들의 전투라도 되는 마냥 공격 하나하나가 묵직한 탱크는 야전에서 보병들이 총알 앞에 노출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스릴을 안겨주는데, 티거 탱크와의 전투 장면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일반적으로 세계대전을 다루는 전쟁 영화에서 탱크는 무생물처럼 나타나 기계처럼 폭발하지만, 퓨리는 탱크를 사실상 집에 가까운 형태로 소모한다. 탱크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실체감을 부여한 것이다. 마치 덩케르크가 전투기 안에서 벌어지는 공군의 전쟁에 실체감을 부여한 것처럼.
배경도 신선하다. 대다수의 대중문화에서 '그렇게 베를린이 함락되었다'로 짤막하게 마무리되는 2차 세계대전의 마무리를 그리고 있다. 연합군이 독일 내부로 진입하고, 베를린 전투가 코 앞에 있는 상황. 독일은 국민돌격대를 동원해 전국민을 전투에 투입시키려들었는데, 이에 반발해서 연합군에 항복하는 독일인과 항복하려다가 나치에 들켜서 처형당한 독일인, 결국 국민돌격대에 편입되어 전투에 참여하는 독일인들이 갈려 혼란에 빠졌다. 이런 혼란을 소재로 삼으면, '전쟁의 참혹함'을 들춰내기도 싶고, 전쟁에 미쳐가는 군인들을 그리기도 쉽다.
'왜 항복하지 않는 거지?'
세계대전을 다루는 전쟁 영화들이 잘 다루지 않던 부분이다. 데이빗 에이어 특유의 감정선을 날로 먹는 장면이 조금 등장하지만, 그건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상쇄한다. 이 정도면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중에서도 최상급이라 할 만하다.
이하 스크린샷은 퓨리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