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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홍 - 천하무인 (1991) 발전된 기술의 복원력이란

즈라더 2021. 6. 28. 09:00

 디비디 시절부터 홍콩 영화는 '저화질'의 대명사였다. 1년에 수백 편의 영화를 쏟아내던 그 시절의 홍콩은 진공과 용액 처리를 통한 네거티브 필름 보관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남아 있는 필름도 네거티브나 포지티브는커녕 극장에 배급된 최초 상영본이 최선이었다. 덕분에 HD 리마스터링과 같은 화려한 이름을 달고 나온 디비디들조차 조악한 화질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런 경향이 2010년대 중반부터 바뀌었다. 4K 시대가 시작되고 필름을 디지털로 트랜스퍼할 때 들어가는 기술이 매우 발달했으며, 어디선가 썩어가던 필름조차 네거티브로 복원한 것처럼 깔끔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꽤 보인다. 이런 기술의 힘을 빌려 복원한 홍콩 영화들은 최신 영화 못지않은 화질을 자랑하기도 하는데, 황비홍 - 천하무인이 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리마스터링을 통해 다시 등장한 황비홍 - 천하무인 블루레이는 시네마스코프 화면비가 잘려나가는 것 없이 고스란히 모두 담겼으며, 확고하게 좋아진 해상력 덕분에 그윽한 필름 그레인과 아나몰픽 렌즈 왜곡 현상까지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어찌나 화질이 좋은지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장면들의 해상력이 떨어지는 것마저 한 번에 구분할 수 있다. 배우들의 몸에서 배어 나오는 땀방울들만 봐도 투썸업이다.


 90년대 말까지 꾸준히 사용되던 홍콩 무협 영화 특유의 옐로우톤 색감이 황비홍 - 천하무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며, 기존판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던 색 번짐도 완벽하게 다 잡혀있다. 거의 환골탈태 수준이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게 참 놀랍다. 그 조악한 필름에서 이렇게까지 긁어낼 수 있다니. 


 한 편, 분명히 단점이 될 거라 생각했던 황비홍 - 천하무인의 2.0 채널 LPCM 음향은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 매우 깔끔하게 복원되어 사운드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적이고, 필름의 오디오 영역에 녹음되었을 때 들리는 특유의 낡은(!) 대사톤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덕분에 마치 헐리우드의 고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하 스크린샷은 황비홍 - 천하무인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누구게 까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