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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2019) 경이에 찬 괴수들의 지옥도

즈라더 2021. 6. 13. 00:15

 얼마 전 개봉한 고질라 vs. 콩에 대한 극단적 호평들을 보면서 난 홀로 갸우뚱했다. 솔직히 어느 쪽이 내 취향이었느냐 묻는다면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쪽이었기 때문.


 이 영화의 인간 파트가 굉장히 민폐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고, 허술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간 파트를 통째로 포기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콩: 스컬 아일랜드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인간 파트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걸 포기해버리고 고질라와 킹콩의 싸움에만 집중하는 건 솔직히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대 괴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예 인간 파트를 빼고 괴수만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다채롭게 꾸며낼 영화가 되려면 꽤나 지양해야 할 태도다. 퍼시픽 림을 떠올려보시라. 이 영화가 로봇과 괴수의 싸움에만 집중했다면 그토록 많은 팬을 양성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영화 역사상 가장 괴수들을 황홀하게 묘사한 영화다.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이 깃든 것 같은 - 촬영 감독과 VFX팀을 갈아서 만든 - 경이로운 영상의 향연에 감탄 외의 무언가가 떠오르질 않았다. 압도적인 '지옥도'. 막대한 크기의 괴수들이 파괴력을 화려하게 과시하는데, 이건 아무나 쫓아갈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단순히 괴수에만 집중하고자 한다면 이 영화에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접근법이 다르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고질라 vs. 콩이 재미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매우 재미있게 즐겼지만, 전작들을 가지 않아야 하는 쪽으로 간 망작 취급하는 게 괴상해서다. 나도 나름 괴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내공이 부족한 모양이다.


 개인적으론 고질라 vs. 콩을 걸작 취급하면 퍼시픽 림은 인류 역사상 다시는 만들 수 없을 영화가 된다고 여긴다. 하기사 이미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영화긴 하다만. (애초에 누군가가 퍼시픽 림 같은 영화를 또 만드려고 시도할 것 같지도 않다.)


 스크린샷들을 보시라. 이런 영상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건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