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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젠틀맨 (2020) 미국, 영국, 러시아 그리고 아일랜드

즈라더 2021. 6. 11. 06:00

 가이 리치는 아직 살아있다. 


 영화 젠틀맨을 보고 먼저 떠올린 문장이다. 언젠 죽었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그의 개성이 미세하게 묻어나던 알라딘을 보고 나면 죽은 거 아닌가 걱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킹 아서와 맨 프롬 엉클이 실패하고 모든 걸 놔버린 게 아닌가 해서 바싹 긴장했었다. 다행히 가이 리치는 젠틀맨을 연출함으로써 알라딘은 그저 일종의 일탈이었다고 고백한다. (알라딘이 재미없는 작품이란 얘기는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길)


 젠틀맨은 그야말로 가이 리치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니까, 셜록 홈즈, 맨 프롬 엉클, 킹 아서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가지고 한껏 펼쳐낼 수 있는 조건이 아닌, 저예산으로 영국에서 연기파 배우들을 데려다 날카롭게 찍은 범죄 스릴러. 익살스럽고 엉뚱하며 코믹하면서도 잔혹하다. 데뷔 초의 가이 리치를 보는 듯한 치기스러움에 유쾌하게 웃어버렸다. 본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가이 리치가 헐리우드에 진출한 이후 영화로 그의 팬이 되었다면, 젠틀맨은 꼭 보기를 권한다. 내러티브의 허점마저도 비웃으며 덮어버리는 그의 재능에 화끈하게 꽂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세기에 전 세계 인구를 미칠 듯이 삭제해버렸던 잔혹한 영국 신사들을 비웃어보자. 그게 가이 리치가 원하는 바인 듯하니. 영국, 이 정신 나간 이혼남아. 


 젠틀맨 정발판 블루레이는 암부 밴딩 현상이 꽤 빈번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이는 블랙레벨이 다소 떠있어서 더욱 도드라지는데, 정발판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 물론, 민감한 사람에게나 단점으로 다가올 사안이므로 평소 계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한 말은 잊어도 좋다. 영상의 성격은 알렉사 XT의 오리지널 느낌으로,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기대한 사람에겐 조금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해상력에 악영향은 없고, 높은 선예도의 영상을 자랑한다.

 

제일 멋졌던 장면.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