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가 제작 혹은 각본 혹은 감독을 맡은 영화들은 여성 캐릭터를 정말 멋지게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 그가 만들어낸 여전사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새벽의 저주(감독): 여자 주인공 안나. 주인공이 의료인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원작 팬들에게 욕을 오지게 먹기도 했다. 참고로 조지 로메로의 팬들은 자본주의 비판 의식과 좀비를 다른 종으로 취급하는 것, 가족주의 등을 이유로 아미 오브 더 데드를 훨씬 좋아한다. 잭 스나이더를 향해 이제야 조지 로메로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 이해하는구나 하면서 기특해한달까. 그러나 내 생각엔 가족주의를 제외하면 그냥 재미있어보여서 그런 요소들을 차용한 것에 불과해보인다.
왓치맨(감독): 실크 스펙터. 원작에서도 어쨌든 히어로지만, 영화에서 실크 스펙터는 원작보다 멋지게 각색되었다. 애초에 원작 자체가 액션을 길게 묘사하지 않으므로 당연한 일이긴 하다.
써커펀치(감독, 각본, 제작): 주인공 전원이 여전사다. 그 가운데 애비 코니쉬의 카리스마는 독보적이라 할 만한데, 극장판 기준으론 단순하게 찐주인공에 가깝도록 그려진다. 물론, 확장판에선 원래대로(?) 베이비돌이 주인공이다.
맨 오브 스틸(감독): 말해서 뭐하겠나. 피오라. 일단 여자 주인공으로 로이스 레인이 나오긴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억에 남는 여자 캐릭터는 피오라다. 지금도 영화 커뮤니티마다 피오라의 액션씬 움짤이 돌아다니는 지경.
300: 제국의 부활(각본, 제작): 아르테미시아. 애초에 영화에서 가장 네임밸류 있는 배우가 에바 그린이기도 했다. 원래 잭 스나이더가 직접 연출할 생각으로 초고를 작성해뒀는데, DC 유니버스가 확정되면서 나머지 작업은 300을 함께 작업했던 커트 존스타드에게 맡기고 빠졌다. 영화에 잭 스나이더와 함께 일했던 스턴트팀이 대거 참여한다. 에바 그린은 드물게도 이 영화에서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감독, 제작): 원더우먼!
원더우먼(원안, 제작): 원더우먼!
아쿠아맨(제작): 여자 주인공인 메라. 잭 스나이더가 캐스팅에 꽤 공을 들인 경우다. 앰버 허드가 안 한다는 걸 설득해서 캐스팅했다. 본인이 각본이나 연출을 담당한 건 아니지만(제작에 이름을 올린 건 저스티스 리그로 아쿠아맨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아쿠아맨 캐릭터의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지 직접 제작에 참여해서가 아니다. 그는 아쿠아맨 제작 시점에선 영화판에서 떠나 있었다.), 결과적으로 앰버 허드의 메라는 아쿠아맨의 찐주인공 소리를 들었다.
스노우 스팀 아이언(감독, 촬영, 각본, 제작): 잭 스나이더가 아이폰 7 플러스로 찍은 단편 영화다. 잭 스나이더 사단에서 스턴트 우먼으로 활동하던 사만다 윈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약 4분인 이 영화는 완전히 영상 내러티브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잭 스나이더의 연출 지향점을 알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사만다 윈은 맨 오브 스틸에서 단역으로 나온 적이 있으며,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선 아마존 여전사로,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선 에이리언2 오마쥬 캐릭터인 챔버스로 나와 맹활약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제작): 할리퀸! 다만 이 영화의 캐스팅은 데이빗 에이어의 노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잭 스나이더가 써놨던 트리트먼트도 폐기되는 바람에 데이빗 에이어는 시간이 없어서 날림으로 각본을 써야 했다. 풍파가 정말 많았던 영화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감독, 각본, 제작): 원더우먼, 메라, 베넬리아. 원더우먼의 솔로 영화를 두 편이나 감독했으면서 아직도 잭 스나이더보다 아마존 용사들을 멋지게 연출할 줄 모르는 페티 젠킨스가 못내 아쉽다.
아미 오브 더 데드(감독, 촬영, 각본, 제작):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후반부는 릴리와 챔버스가 멱살 잡고 간다. 캐릭터적으론 릴리가, 액션으로는 챔버스가 장악했다. 앞서 말했듯 챔버스 역할의 사만다 윈은 스턴트 우먼이기도 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액션 소화 능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