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이 너무 그립다.
스무스하게 나오는 에어컨 바람과 공기청정기를 돌릴 때 맡을 수 있는 묘한 시트 냄새, 처음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미세하게 깔리는 화이트 노이즈.
여름의 극장은 황홀한 피서처였다. 아직도 한여름 극장에서 다크나이트를 봤을 때가 잊히질 않는다. 화이트 노이즈의 끝에 조용히 나오는 파란 불꽃과 쿵, 쿵하고 차분하게 울리는 우퍼 소리, 배트맨 로고가 사라진 뒤 쿠쿵! 하며 펼쳐지는 공중 촬영과 조커의 뒤를 쫓는 카메라 워크. 한스 짐머의 찌-잉하는 OST 구성. 점차 잦아드는 관객석의 소리.
모든 것들이 다 그립다. 작년 여름에는 이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마스크가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 결국, 마스크 때문에 작년, 올해 합쳐서 극장을 찾은 게 5회뿐이다. 올해는 과연 마스크 없이 극장으로 피서를 갈 수 있을까.
이건 조금 아이러니한 이야기. 나는 정키XL의 아미 오브 더 데드 OST를 들으며 이 생각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OST를 들으며 극장에서 이 OST를 듣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스캇 앤 케이트 테마는 정말로 극장에서 들었으면 눈물이 나왔을 정도로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이건 아무리 들어도 극장용이다.
뱀다리) 극장 에어컨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 집에서 에어컨을 켜봤자 극장 에어컨처럼 개운한 느낌은 안 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