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및 정보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은 '거짓말쟁이'라고 했을까?

즈라더 2021. 4. 28. 12:00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에 들어간 온갖 오역을 보다 보니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어이없는 번역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영화 초반에 토니 스타크는 스티브 로저스의 꽉 막힌 사고방식을 비난하며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쟁이"


 절대 틀린 번역은 아니다. 사전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맞다. 애초에 해당 대사를 어떻게 번역하든 lie라는 어원에 집중하는 이상 그 뉘앙스를 살릴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영화 속에서 토니 스타크의 대사는 단순히 '왜 거짓말했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이란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지나치게 원론적인 스티브 로저스의 태도, 그리고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비난했는데 그걸 거짓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번역한다고?

 

No trust-liar

 생각해보시라. 아이언맨 군단과 울트론의 제작을 통해 약간 옳지 않은 일이 되더라도 큰 것을 위해 희생해보려던 토니 스타크의 마음을 무시한 스티브 로저스.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선 비전의 목숨을 포기하고 스톤을 부쉈더라면 그런 대형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확정적 사실. 이런 것들에 분노해서 내뱉은 말인데 어떻게 사전적으로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생각엔 다음 번역이 어울리지 않나 한다.

 

 "말뿐인 자식"

 

 "말만 번지르르한 자식"


 번역할 시간이 얼마 없고 번역을 위해 주어지는 자료가 적다느니 하는 얘기는 이제 듣기 싫다. 대중이 그런 걸 언제까지 봐주라는 건가.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영화의 말미에 번역을 담당한 사람의 이름을 넣도록 법안을 마련하겠다. 영화를 살리고 망치고가 자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당에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 그럼 번역가를 때려치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