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잭 스나이더는 내 기준에서 '마스터피스'라 부를 법한 히어로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들었다.
1. 왓치맨 감독판
2. 배트맨 대 슈퍼맨 감독판
3.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그러나 이 영화들 중에서 잭 스나이더가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전부 다 진행한 영화는 하나도 없다. 온갖 간섭을 겪으며 싸워서 얻어낸 결과물이란 얘기다.
개인적으로 잭 스나이더의 영화 중에서 가장 완전판(?)을 보고 싶은 건 써커펀치다. 확장판으로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되었지만, 잭 스나이더는 확장판마저도 자신이 담고 싶은 걸 전부 담지 못 한 결과물이라 하더라. 본인이 기획하고 각본까지 쓴 써커펀치조차 본인의 의도대로 할 수 없었다니,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참고로 극장판은 창녀촌 시퀀스를 모호하게 보이도록 난도질해놓고 총에 맞는 장면도 싹 삭제해버렸던 반쪽짜리 영화였다.
아미 오브 더 데드가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5월에 개봉한다. 잭 스나이더가 맨 오브 스틸 이후 오랜만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촬영하는 영화. 그는 아미 오브 더 데드의 기획, 원안, 각본, 촬영까지 담당했다. 넷플릭스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제작비를 초과하지 않는 한에서 (아마도 카메라 사용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권한을 넘겨주었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처음으로 전체를 디지털로 촬영한 영화이며, 덕분에 기존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과 비교하면 색감 외의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장면들조차 거칠고 또 거칠던 스나이더 표 영화들을 기억하는 분들은 티저 예고편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사실, 아이맥스마저 거칠게 촬영한 그 흔적은 잭 스나이더의 영향이라기보다 자주 함께 작업한 촬영 감독 래리 퐁의 영향이 짙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 사용된 카메라는 레드 몬스트로. 8K 촬영이 가능한 극상급 카메라인데, 엄청나게 작아서 좁아터진 차량 안에서도 촬영할 수 있다. 이번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 들어간 5~10분 가량의 재촬영 분량도 레드 몬스트로로 촬영했다. 에필로그의 배트맨이 꾸는 악몽 장면을 보며 질감이 깔끔하고 해상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면 눈썰미가 있는 분이다. 그게 레드 몬스트로 촬영 분량이니까. 부가영상에 잭 스나이더가 엄청 작은 카메라를 어깨에 들고서 자레드 레토의 조커를 찍는 광경이 비춰진다. 그 카메라가 레드 몬스트로다.
개인적으로 잭 스나이더가 디지털로 꾸며낸 세상이 어떻게 생겨먹었을지(?) 정말 많이 궁금하다. 이 또한 아미 오브 더 데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예고편만 보면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와 맞먹는다는 레드 몬스트로의 얕은 심도를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뱀다리) 노라 아르네제더가 나온다. 세이프 하우스 때부터 주목해서 정말 기대 많았던 배우고, 외국에서도 '예술 작품'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러나 작품 운이 별로 없어서 뜨지 못하다가 드라마 주(ZOO), 오리진에서 인상 깊은 연기와 여전사 분위기를 뽐내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던가. 잭 형님이 여배우 멋지게 꾸미는 건 정말 잘하시니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