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이 아무리 올팬기조여도 최애 차애는 있는 법이고, 회전문처럼 좋아하는 멤버가 꾸준히 늘어가면서 완전한 올팬으로 자리 잡는다.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서 한 발만 어긋나도 악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악개가 되면 웬만해선 돌아오기 어렵다.
시작은 정말 놀랍도록 단순하다.
'왜 내 최애는 파트가 5초 밖에 안 되지?'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아니, 자격이 없더라도 5초는 너무 심하지 않으냐. 서서히 다른 멤버의 파트 분량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다. 어라? 쟤는 내 최애보다 노래를 못 하는데 분량은 2초가 더 많네? 겨우 2초로 그렇게 되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시작은 분명히 이렇게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룹이 악개판되는 건 정말 삽시간이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글을 쓰고, 그 글을 다른 누군가가 봤다고 생각해보자. 해괴망측한 싸움이 시작된다.
'멤버 A는 파트가 5초밖에 안 된다고!'
'A는 5초여도 센터에 자주 나오잖아. B는 7초여도 퍼포먼스 내내 뒤에 서있어서 얼굴 보기 어렵다고!'
'B는 퍼포먼스 때 얼굴이 안 보여도 단독 화보 자주 찍잖아. C는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맡지만, 단독 화보 한 번을 못 찍었어.'
'C를 데리고 D한테 개길 거임? D는 분량도 짧고 퍼포먼스도 도드라지지 않은 데다 단독 화보도 못 찍었어.'
'D는 예능에 자주 나가잖아. E는 예능에 못 나감.'
'E는 광고를 찍었잖아! 어디서 나대?'
악개 싸움이란 대개 이런 식이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최애를 두고 '자학'하기 시작한다. 최애를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 취급을 한다는 의미다. 누가 더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는지 이것저것 안 좋은 걸 끄집어내서 싸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불만사항을 대단한 것처럼 포장해서 퍼트린다. 자존심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싸움을 시작했으면 이겨야 제맛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내 최애가 가장 안 좋은 대우를 받는 멤버라는 걸 증명해내고 나면 남는 건 현타뿐이다. 악개들은 대개 이 시점에서 탈덕한다. 남은 팬들은 악개 싸움으로 갈기갈기 찢긴 팬덤을 붙들고 눈물을 흘리며 악개 싸움을 진작에 말렸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그룹의 명운을 걸고 하는 치킨 게임이다. 이렇게 악개들이 싸움을 일으켜 난리 치는 팬덤은 1년도 못 가서 망가진다. 그래서 아이즈원이 어떻게든 망하길 바라는 사람들은 이 악개 싸움을 조장한다. 아이즈원이 해체하면 개인 활동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고, 덕질이 훨씬 재미있어진다고 가스라이팅을 시도한다. 그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은 안다. 개인 활동이 늘어나고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더라도 그건 아이즈원 안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아이즈원 밖에 나가면 지옥뿐이다. 희대의 저능 기획사 소리마저 듣는 스윙 엔터테인먼트조차 아이즈원의 소속사들에 비하면 선녀일 수 있다. 가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를 언급하는 사람이 있는데, 스타쉽이 포텐셜 넘치는 그룹을 데리고 지금까지 뭘 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림도 없는 헛소리다. 게다가 최근 2년 동안 프로듀싱에 돈을 지나치게 아껴서 욕을 있는 대로 먹었다. 스타쉽은 그저 매출이 높고 뒷배가 좋은 중소일 뿐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사실 하나 지적하자면, 아이즈원의 프로듀싱은 CJ의 AR팀과 CJ 엔터테인먼트의 음악사업부가 한다. 스윙의 역할은 아이들을 매니지먼트하는 것뿐이다. 즉, CJ가 직접 만들어가는 그룹이란 얘기다. 3대 기획사조차 상대가 안 되는 재계 서열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이 직접 프로듀싱하는데, 겨우 스타쉽 따위로 만족을 하겠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최근 모 홈마가 절대 그냥 놔둬선 안 되는 짓을 저질렀다.
작년 아이즈원을 괴롭히던 각종 억지 논란 중에서 제일 어이없었던 게 문신 논란이었다. 대체 문신이 뭐가 문제라서? 전방위적으로 용문신을 그려놓은 것도 아니었기에 그 논란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것에 민감해하는 사람이 있었고, 안티 그러니까 '까'들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트집 잡았다. 물론, 오래갈 논란이 아니었기에 며칠 타오르다가 잠잠해졌었는데, 문제의 홈마가 잠잠해졌던 불을 다시 지폈다. 대놓고 영통 팬싸인회에서 문신의 의미가 뭐냐고 물어봤던 것. 심지어 물어보고 받은 답변을 트윗에 올리기까지 했다. 덕분에 문신 논란은 무려 3개월이란 시간을 가득 채운 뒤 1월 말까지도 지속되었다.
이뿐이 아니다. 이 홈마는 아이즈원이 해체하면 자기 최애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거라는 악개의 착각에 답글을 다는 방식으로 자신의 팔로워에게 알리며 악개 싸움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홈마 덕분에 퍼진 악개의 주장은 지금도 변함없이 싸움을 일으키는 중이다. 한때 그가 굉장히 괜찮은 홈마라고 착각했던 내가 혐오스럽게 느껴질 만큼 내재된 본성은 악개 그 자체였던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악개 사상을 드러내는 게 너무 음습해서 꼭 일본 정부 같다.
악개는 웬만해선 '치료'가 불가능하다. 치료라고 하는 이유는 악개가 정말 병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기 비하. 자신의 최애까지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어 후려치는 악성 종양이자 전염병이다. 우울증의 두 번째 단계로 본인만 우울감에 빠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최애와 최애를 좋아하는 다른 팬들까지 우울감에 빠지게 하는 무서운 병. 서두에 예시로 들어놓은 악개 싸움 내용을 보시라. 잘 보면 낮과 밤이 있는 것처럼 분명히 자기 최애가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은 분야 역시도 존재한다. 회사의 투자에 한계가 있고, 나갈 수 있는 분야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당장 모든 멤버를 균등하게 대우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기본적 사항을 무시하고 자기 기분만 밀고 나가다가 나중엔 현타 찾아와서 탈덕하는 이들을 떠안고 가야 할까?
악개는 따질 것도 없이 죽여야 한다. 팬덤에 팬데믹 비상이 걸리기 전에 죽여야 한다. 그게 그룹이 롱런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