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루레이 본편 정보

영화를 뛰어넘은 무술 안무, 영화 살파랑

즈라더 2020. 6. 19. 06:00

 어차피 <살파랑>이 그리 만듦새가 좋지 않다는 건 주지의 사실. 역설의 힘을 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한 영화다. 어쩌면 <무간도>로 잠깐 불어닥쳤던 중국 느와르 열풍에 편승하려다가 기획이 늦춰지는 바람에 견자단을 투입해서 액션 중심으로 재편한 영화란 주장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살파랑>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이 많고, 견자단의 액션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살파랑>은 영화 자체가 아닌, 견자단과 오경의 골목 대결씬이 '마스터피스'로 인정받은 덕에 기형적인 호평을 얻는 영화다.


 그러한 이유로 <살파랑>을 굳이 블루레이로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디비디로 수십 번을 본 영화인 데다 견자단과 오경의 대결 장면은 유튜브를 이용해 HD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내 판단이 틀렸다. <살파랑> 블루레이의 화질은 매우 안 좋은 편이지만, 디비디 정도야 아득하게 뛰어넘는 수준이며, 훨씬 나아진 화질과 음질로 보는 <살파랑>은 꼭 다른 영화를 보는 듯한 신선함을 전달해줬다. 이렇게 화질의 차이는 감상자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블루레이로 <살파랑>을 감상하고나니 새삼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느낀다. 지금은 탈모로 고생하는 견자단도 당시엔 풍성했다. 얼굴을 메이크업으로 떡칠해놓긴 했지만, 지금보다 훨씬 젊다는 걸 이렇게 안 좋은 화질의 블루레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백발이 성성한 임달화는 이 영화 당시만해도 검은 수트와 검은 머리로 미중년의 상징이었다. 또한, 영화에 견자단의 맞수로 등장한 오경이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액션 배우. 블루레이 덕분에 시간의 폭격을 온몸으로 맞은 기분이다. <살파랑>이 2005년에 개봉했으니까 15년 전의 영화가 된다. 2005년은 작년에 데뷔한 걸그룹 로켓펀치의 막내가 태어난 해다. 아이즈원의 막내 장원영은 2004년생이다.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게 아니라 총알처럼 날아와서 내 몸을 관통한 것 같다. 이제 나도 30대다.


 영화 <인턴>을 보면 로버트 드 니로가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며 우는 장면이 나온다. <살파랑>이 <사랑은 비를 타고>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상징적 작품이란 얘긴 당연히 아니고, 영화 속 드 니로가 맡은 역할이 왜 울었는지 0.1g 정도 알 것 같다는 얘길 하고 싶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액션영화를 봐놓곤 무슨 궁상 떠는 얘기인가 싶겠지만, 영화를 처음 감상했던 2006년 경에 내가 겪은 사건의 추억들이 함께 몰려오는 감각이라고 하면 이해가 가시려나. 


 참고로 한국에 정식 출시된 <살파랑> 블루레이는 판권 여부가 불투명하다. 적어도 공을 들여서 만든 타이틀은 분명히 아니다. 토론토 필름 페스티벌의 소개 문구가 번역조차 되지 않은 채 아웃케이스에 적혀있으며, 옆면엔 제목조차 한글로 적어두질 않아서 언듯 보면 해외판 블루레이라고 과감하게 착각해볼 수 있다. 또한, 스펙 표기가 1.85:1로 되어있음에도 영상은 1.78:1이다.


 이하 스크린샷은 <살파랑> 한국판 블루레이 원본 사이즈 캡쳐. 누르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