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사와 키요시는 자극적인 워킹과 빠른 편집으로 대변되는 21세기 공포영화와 달리, 점진하며 스멀스멀 뒷골에 기어오르는 듯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 특유의 느긋한 감성 덕분에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감독인데, 여기에 영화 전체를 모호함으로 도배하는 작가주의 속성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영화를 질색하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쿠로사와 키요시가 놀랍게도 SF 재난영화를 만들었다. 이미 로 어떤 장르에서건 자신의 작가주의를 관철한다는 걸 알린 쿠로사와 키요시니 만큼 도 똑같이 갈 거라 확신했고, 그 확신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 영화엔 쿠로사와 키요시만의 색채가 가득하다. 영화 전체에 만연한 모호함은 '모호'에 살고 '모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