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특유의 시스템이 대규모 자본과 공 들인 작가주의적 연출과 만나면 이 나온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시스템이란, '작가의 예술'이다. 16부작이나 하는 드라마를 '미니 시리즈'라 불렀던 때가 있을 만큼 한국 드라마는 아주 길었고, 이렇게 긴 드라마를 감독의 주도 하에서 기획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으로 극명하게 구분되는 시스템을 지닌 게 우리나라(였)다. 여기에 100% 사전제작과 대규모 제작비,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은 김은희 작가의 묵혀뒀던(?) 각본을 바탕으로 오랜 프리 프로덕션 끝에 촬영을 시작했고, 대규모 자본을 들인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거쳐서 나온 그 답안이다. 이 드라마는 감독의 예술일 수도, 작가의 예술일 수도 있는 조화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