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모호'를 지극히 아끼는 감독이 있긴 하지만, 그 감독도 최소한의 단서는 배치해둔다. 직접 일러주지 않을 뿐, 영화를 잘 살펴보면 대체로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모호'라는 건 설명할 수 있는 현상에 한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건데, 은 이야기의 흐름을 지배한 주제를 아예 설명하지 않았을 만큼 극단적으로 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 살인, 분노, 복수 등 그럴싸한 단계를 밟아가던 영화는 마무리에 이르러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고 말한다. '이제부터 이 인물들의 행동 동기를 모호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거야. 그런데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당연히 이해 못 하겠다. 그저 늑대의 습성이나 알래스카 원주민의 전설 같은 것에서 비롯된 무언가가 있구나하고 추정을 해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