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예인

시마자키 하루카 프로듀스48으로 생각해보는 민간교류

몰루이지 2019. 7. 20. 18:00

 얼마 전에 시마자키 하루카가 한국의 예의범절이 좋았다는 트위터 발언을 했다가 넷우익에게 지옥불 같은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시마자키 하루카도 내공이 만만치 않은 터라 '내가 공격받는 건 괜찮은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공격받는 게 미안해서 지운다'라며 넷우익들 디스하는 형태로 해당 글을 지웠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게, 한국을 좋아하는데 우익의 공격이 너무 심해서 겉으로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란 가능성이다.


 시마자키 하루카뿐 아니라 <프로듀스48>에 참여했던 AKB48 멤버들을 봐도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 오는 건 좋은데, 문제는 AKB48 팬층에 우익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가겠다고 밝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한국에 관심이나 애정이 없다면, 굳이 언어가 하나도 안 통하는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지 않으니까. AKB48의 소속사인 AKS에게 <프로듀스48> 참여는 케이팝에 빠져있는 일본인들을 자기 쪽으로 돌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겠지만, 멤버 개개인에겐 있던 팬들조차 사라질 가능성이 큰 도박에 가까웠던 셈이다. 심지어 <프로듀스48>에 참여한 AKB48의 멤버들은 그룹 전체의 주력 멤버들이었다. (팬덤 규모로 1위, 3위, 7위, 9위가 참여했을 정도) 우익 팬들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지 못 했던 거지 한국에 관심을 두고 있는 멤버가 그토록 많았다.


 그녀들의 팬 가운데엔 우익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 할까 두려워하는 팬이 있었는데, 그들은 <프로듀스48>에 참여한 자기 연예인들에게 한국팬이 잔뜩 생기고, 한국인 연습생들이 일본인들을 여러모로 배려해주는 광경을 보며 '아, 민간교류는 문제가 없구나'라며 편견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뭐, 뒤집어 생각해보면 넷우익들의 공작이 얼마나 넓게 퍼져있는지 알 수 있는 면모지만서도. 


시마자키 하루카


 관과 관의 관계는 무너져도 민과 민의 관계가 무너지면 안 된다. 교류가 사라지면 그 상대에 한해선 전체주의, 민족주의가 손쉽게 자리를 잡고 나라를 뒤흔들기 시작한다. 특히나 일본은 패전을 겪긴 했으되 연합군이 전국을 점령하는 식이 아닌 핵폭탄 공격에 항복하는 형식이었던 터라 국민들이 패전을 실감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패전하고 얼마 안 있어서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경제가 부활하기까지. 즉, 일본인에게 패전은 그 색깔이 독일 만큼 짙지 않다. 이건 우리나라도 조심해야 하는 게 '피해자'라는 점과 일본 정부의 주기적인 도발 등으로 최소한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전체주의는 손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내선일체를 그대로 미러링한 환단고기류 위서들이 지지를 얻는 것만 봐도 그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을 완전히 삶에서 배제하는 등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민간 교류가 끊기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 생각한다. 교류가 있어야 서로를 알고, 교류가 있어야 고인물이 되지 않으며, 교류가 있어야 설사 나라 간에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다. 이것 만큼은 마음에 담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