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걸그룹

유키카 '좋아하고 있어요' 한국과 일본의 우아한 혼종

몰루이지 2019. 7. 13. 00:00


 시기가 정말 안 좋지만, 유키카가 <네온>에 이어서 <좋아하고 있어요>란 시티팝으로 돌아왔다. <네온>이 대단히 매혹적인 노래였음에도 <좋아하고 있어요>는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좋다. 또한, 유키카의 인지도를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뮤직비디오 역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좋아하고 있어요>는 '혼혈'이다. 일본의 인지도 있는 성우였음에도 늦은 나이에 케이팝 스타가 되겠다며 올인한 유키카의 목소리를 빌려 시티팝이라는 일본의 버블이 탄생시킨 (이젠 일본에서도 찾기 어려운) 장르를 한국에서 케이팝 사운드로 만들어냈다. 유키카의 한국어 실력은 여느 한국인 못지 않아서 위화감이 거의 없으며, 헤어 스타일은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본에서 유행한 스타일을 근래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에 접목시켜놓았다. 전형적인 케이뷰티에서 살짝 벗어나 버블 시기 일본의 색조를 섞어낸 메이크업도 인상적이다.


 뮤직비디오엔 어디서 구해왔는지 90년대 스타일의 일본 가옥 구조와 카세트 플레이어와 테잎이 등장하고, 근래 한국에서 유행하는 - 과거 일본에서 주로 사용했던 - 스타일의 소품들이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의 편집과 믹싱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드라마 형식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이식했다. 고화질 카메라로 만들어낸 4:3 비율 영상의 어긋난 성향은 또 얼마나 매혹적인지.


 언제나 말하는 바지만, 혼혈은 건강하고 아름답다. 대중문화는 흐르는 물처럼 깨끗해야 하고 혼혈처럼 건강해야 한다. 노골적으로 혼혈임을 강조하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 정도로 잘 만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기가 너무 안 좋아서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 아쉽다. 유키카의 바싹 긴장한 표정과 굳은 몸놀림을 다시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