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아베 신조의 한일 무역전쟁은 한류 저지를 위한 게 아닐까

즈라더 2019. 7. 9. 12:00

 빅뱅, 카라, 소녀시대가 신한류를 일구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우리나라의 비주얼 퀸으로 군림하던 김태희가 일본에 소속사까지 두고 일본 드라마의 주연으로 출연하는 파격적인 행보가 이뤄지던 그 시기. 갑자기 이명박이 독도 방문과 일본 덴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정확히 말하면 사과하면 방문을 허락한다였지만, 일본 언론의 왜곡보도는 이를 '요구하다'로 둔갑시켰다) 당혹스런 행보를 한다.


 다카키 마사오와 함께 츠키하라 아키히로란 이름으로 국민으로부터 실질적인 일본인 취급을 받던, 부일 매국노들이 모여있는 정당의 지지로 대통령이 된 이명박이 갑자기 본인의 인생, 정치적 입장을 뒤엎는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독도 방문이야 별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덴노의 사과 요구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선을 상당히 넘었다. 그가 진심으로 그런 얘길 할 리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어딘가로부터 오더를 받지 않고서야 그가 할 행동이 아니었단 얘기다.



 이명박의 발언 이후, 일본에 혐한 기류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한국 연예인이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 심각했던 마당이었는데, 타이밍 맞춰서 이명박이 엉뚱한 행동을 해버렸다. 당시 신한류 돌풍의 주된 소비자였던 일본의 10대 중 상당수가 한국에 어마어마한 배신감을 느꼈다. 일본 우익을 저지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며 평화를 위해 나름 힘쓰는 당시 덴노를 공격했으니, 한국인은 사리분별없이 무조건 일본이라면 싫어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사람이 아주 많았던 모양이다. 지금 닛케이를 비롯한 각종 기관의 조사에서 혐한의 선봉에선 20대가 바로 그들이다. 이 일로 각종 CM 계약에 드라마 촬영이 예정되어 있던 김태희는 계약이 해지되어 큰 타격을 입었고, 소녀시대와 카라는 돔 콘서트를 열었을 정도로 팬덤이 유지되었음에도 점차 엠스테를 비롯한 유명 음악 방송, 버라이어티에 출연하지 못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신한류는 급속도로 냉각되어 트와이스의 대박 이전까지 원래의 화력을 회복하지 못 했다. 이명박의 뜬금없는 행동 하나와 발언 하나 때문에. 대규모 팬덤이 있음에도 대형 음악방송에 나오지 못 하는 소녀시대와 카라를 두고 일본 최고의 개그맨 중 한 사람이자, 혐한으로 유명한 마츠모토 히토시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같은 방송에서 스마프의 나카이 마사히로는 '나라와 나라는 몰라도 사람과 사람은 괜찮지 않겠습니까?'라며 화해무드가 조성되길 기대하는 발언을 했다.


 지금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베 신조의 무모한 정치적 행보가 의문이라서다. 마치 일본 안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두려워 무리해서라도 뭉개려는 느낌. '그깟 연예인'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거다. 친일 인사들의 로비와 언론의 여론몰이로 혐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던 대만이 한국 연예인과 대중문화의 힘으로 혐한 분위기를 씻어내고 있다. 그게 대중문화와 그걸 만들어내는 연예인의 힘이다.


 이명박의 뜬금포 발언과 아베 신조의 무모한 정책이라.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딱 맞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요샛말처럼 '킹리적 갓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