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군사력이 강력한 나라들끼리 전쟁은 '대리전쟁' 혹은 '무역전쟁'이 되는 시대다. 이전처럼 선진국끼리 직접 군사력으로 맞붙으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은 무기들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몇개 국만 붙어도 천만 단위의 인구가 사상자로 둔갑하고, 3차 세계 대전이 되면 억 단위다. 이것조차 '최소'한으로 잡았을 때의 이야기다. 그래서 선진국끼리의 전쟁은 대부분 무역으로 이루어진다.
이번에 아베 신조가 시작한 무역 전쟁에 대해 한국인들이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건 말 그대로 '전쟁'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간엔 물에 발가락만 담구는 식의 무역 분쟁이 있어왔을 뿐 실질적인 '공격'이 있던 적은 없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안 좋은 것 역시 특별할 게 없는 일이다. 원래 찰싹 붙어 있는 나라끼리 사이가 좋은 사례는 전세계를 다 뒤져도 드물다. 심지어 불과 몇십 년 전까지 한국은 일본에게 실질적인 지배를 당한 바 있다. 사이가 좋을 리가 있나. 그런데 사이가 안 좋다고해서 한국과 일본이 적국이 되진 않는다. '싫다'와 '죽인다'의 차이다.
아베 신조의 공격은 한일합방 이후 한국에 가한 첫 번째 공격이다. 한국인이라면 분노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고, 양국의 감정은 서서히 '싫다'에서 '죽인다'로 변해가고 있다. 적국이 되기 일보 직전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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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베 신조는 이명박과 박근혜시절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으로 삼권을 모조리 장악하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일본 정치권과 일부 우익 언론들은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일본을 향한 공격이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권이나 아베 신조처럼 아마추어틱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아베 신조의 '내가 국가다' 같은 말실수를 문재인 대통령이 했다간 한국의 거리에 다시 백만 단위의 사람이 몰려나와 퇴진 시위를 벌일 것이다. 즉, 아베 신조는 문재인 정권의 성격이나 한국 대중의 성향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다.
'관광', '금융'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일본 정부로부터 흘러나온 거라면, 이 또한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는 일본 여행이 어려워진 한국인들이 정부에 강력히 항의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할 거라 여긴 것 같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한 동경과, 우월한 선진국 체험을 위해서 일본에 여행을 간다고 착각을 하는 걸까?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에 많이 간 건 가깝고 싸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은 그런 감정 가질 이유가 없을 만큼 알아서 잘 살고 있고, 옛날처럼 개발도상국으로 산다고 해도 그런 감정을 안 가진다. 수출 규재와는 달리 이 문제는 일본이 몇배는 더 피해를 입을 거다. 1년에 750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에 가서 돈을 쓰고 왔다. 한 사람 당 1만 엔만(물론, 평균적으로 이거보다 더 쓸 것이다) 쓰고 온다 치더라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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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 추측을 두고 '오버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나 역시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무리수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아베 신조가 방사능 오염 지역에 가서 복숭아를 먹는 걸 보며 오버가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일본 안에서도 조롱을 당하기 일쑤인 저 쇼를 또 한다는 건 자국인 일본의 민심조차 모른다는 거니까. 바로 옆이라해도 외국인 한국의 민심이나 정권의 성향 같은 걸 알 리가 없단 생각이 든다.
무역 전쟁은 신뢰와 직결된다. 이전에 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국을 공격한 이후 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고 탈중국이 가속화한 것처럼 이제 일본이나 일본의 기업에 비지니스적 신뢰를 가지는 일이 드물 것이다. 그래서 무역 전쟁은 즉흥적인 게 아니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해야 한다. 아베 신조가 이번 무역 제재를 뒤늦게 철회하더라도 철회하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터. 혐한 비지니스를 유지하려고 자기 살을 굉장히 많이 깎아먹었다.
일본 넷우익들은 방심하고 있던 한국에 유효타를 날린 거로 만족하는 모양인데, 한국이 반격을 하건 안 하건 간에 한일 양국은 동시에 피해를 보는 게 100% 확실하다. 여기에 만족한다면 일본 넷우익도 이성을 잃은 꼴이 된다. 물론, 애초에 그들에게 이성이 존재할 리 없지만.
뱀다리) 자꾸 한국이 받을 피해를 부풀리면서 위협적인 소리를 쏟아내는 사람들은 진짜로 일본의 스파이 의심을 해야 한다. 금지가 아니라 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