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출 규제로 한국에 타격을 주겠다는 걸 보며 '정말 그게 되는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비자 제한과 송금 규제까지 할 가능성이 있단 얘기마저 들으니 기가 막히고 코까지 막힌다. 이거 진짜 뭐하는 거야?
무역 전쟁에서 공격하는 입장의 기본은 내 피해가 없는 한에서 적을 공격한다가 되어야 한다. 혹여 피해가 있더라도 아주 미미한 수준이거나 충분한 대비가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상대가 공격을 받고 가만히 있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내 공격으로 내가 타격받고 상대의 반격에도 타격받으면 거의 자폭이나 다름없다. 무역 전쟁은 신뢰의 문제. 한 번 갈라지면 복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리스크가 굉장히 큰 편이다. 그런데 일본은 자기 살을 깎아서 남을 치고 있다. 마치 <무한의 주인>의 시라를 보는 것 같다.
수출 규제라는 상당한 강수를 두는 걸 보며 이미 일본 정부가 기업들에 전달하고 오래 전부터 대비를 했나보다, 한동안 우리나라 심하게 고생 좀 하겠구나 했더니만, 대기업은 어떤지 몰라도 중소기업들에겐 전달을 안 한 모양이다. 갑자기 큰 손이었던 한국의 기업들과 거래에 규제가 생기는 상황이 되자, 중소기업들이 당황하고 있다. 물론, 일본 정부가 그들을 구제도 안 하고 방치할 린 없겠지만, 살면서 이렇게 즉흥적으로 무역 전쟁을 시작하는 나란 처음 봤다.
비자 제한과 송금 규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 이유는 가깝고 가격이 싸서다. 한 해에 무려 750만 명이 일본 여행을 간다. 비자 제한과 송금 규제를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으로 여행가는 수가 줄어들 텐데, 한국을 대상으로 관광 사업을 벌이던 일본의 중소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한, 그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서 쓰던 돈이 줄어들면 당연히 피해는 일본이 입는다. 비지니스 측면에서 한국에 타격이 꽤 클 수 있지만, 결국, 이것도 자기 살을 깎아서 남을 치는 격이란 것이다.
지금 상황에 일본의 처지를 생각하며 글 쓰는 게 좀 웃기긴한데,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아베 총리는 박근혜와 아주 잘 어울리는 한쌍 같다. 심지어 지능까지도.
드라마 한류, 보아와 동방신기, 신한류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문화는 일본에 꾸준히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왔다. 이건 반대의 경우(오히려 한류보다 더 길고 규모도 훨씬 크다)도 마찬가지. 그러나 서로 간의 반목이 희미해질 듯한 타이밍에 꼭 정치인들이 사고를 치고, 언론사들이 혐오를 조장한다. 나아질 법하면 방해하고 좋아질 법하면 조작한다.
그런데 이번 아베의 무역 전쟁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무작정 카피한 것에 불과한 데다 과거 역사 갈등이었던 한일 관계를 현재로 끌고 왔다. 이제 두 나라는 과거의 적국에서 현재의 적국으로 둔갑하게 되었다. 자, 이런 어마어마한 사고를 친 아베 총리의 다음 수가 어떤 식인지 한 번 두고 보자. 내 생각에 아베는 자신의 정권이 위험해지면 진짜로 전쟁도 일으킬 양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