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청하, 아이즈원, 태연으로 보는 남녀 온도차이

즈라더 2019. 7.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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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남초 사이트에서 청하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했다. 청하는 예쁘거나 섹시하지 않으며, 음원에서 그럭저럭 성공하곤 있으나 인기가 있다고 말할 순 없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이런 의견에 반박하는 반응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음원 성적도 밀어주기가 성공했거나 기계를 돌린 결과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보였다는 사실이다. 청하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히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그럴 리 없다. 여자들도 눈과 귀가 있는데.'라고 끊어버리더라. 


 그러나 말해 뭐하겠나 싶을 만큼 청하의 인기는 '진짜'다. 음원 차트에서 기계픽 여부를 확인하는 여러 기준에서 다 벗어나있기도 하고. 그런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알려주려고 더쿠나 인스티즈 같은 여초 사이트의 몇몇 글을 링크해주면, '어디서 더쿠나 인스티즈를 가져다가 인기를 말하고 있냐'며 욕을 잔뜩 한다. 지표도 믿지 않고 여초 사이트 안에서 인기가 있다는 증거를 아예 거부해버리면 대체 뭐로 증명을 해야 할까. 게다가 이 논란이 벌어진 남초 사이트는 더쿠, 인스티즈와 수준이 거기서 거기인 엠팍 불펜과 이토랜드였다. (허세팍과 한남더힐의 동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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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2집 활동이 시작될 즈음 아이즈원의 센터 논란이 있었다. 나중에 어그로가 잔뜩 끼어서 난장판이 되긴 했지만, 여초 사이트 안에서 장원영이 센터가 아니란 사실에 불만을 지닌 팬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결국 논의를 할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개인갤에서 화제가 되었다가 포기하긴 했지만, 어쨌든 논란이 있었던 건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남초 사이트에선 이를 '어그로의 소행'으로 단정짓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하필이면 여초 사이트 중에서 가장 열심히 토론을 했던 사이트가 더쿠였던 탓에 더욱 없는 것 취급을 당했던 듯도 하다. 더쿠는 몇 차례의 초대형 사고를 치고 운영자가 문제를 일으킨 회원들을 대거 차단한 바 있고, 그런 운영자 본인도 아이즈원을 저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제 아이즈원의 팬들은 어그로가 활동할 수 없는 아이즈원 카테고리조차 '더쿠'에 있다는 이유로 안 믿는 상황이다. 이건 아이즈원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정황이다. 장원영은 남성보다 여성팬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큰 멤버기 때문이다. 아이즈원 여성팬의 근거지인 더쿠를 통째로 무시해버리면 장원영의 팬들은 말할 곳이 많지 않다. 이런 불만들은 축적되어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터지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 희박한 가능성임에도 연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아이즈원의 팬들이 취할 자세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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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초 사이트엔 태연의 성공 자체를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태연이 정식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쏟아냈던 히트곡들을 하나도 모르는 듯한 대화가 오가는 걸 보며 놀랐다. '태연의 솔로 활동에서 성공한 건 <만약에>뿐일 텐데?'라는 댓글엔 진지하게 충격을 받았다. 태연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인 <아이>는 음원, 음반 양측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고, 최근에 내놓은 <사계> 역시 기계와 사투를 벌여가며 3개월 동안 20위권 안에 버티고 있다. 대중, 팬덤 양쪽에서 태연보다 성공을 거둔 여가수는 아이유 이외엔 없다. 그런 태연의 성공을 아예 인지조차 못 하고 있다니 놀라울 수밖에.


 이는 소녀시대와 태연의 팬덤이 여초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러 스캔들과 제시카의 탈퇴 등으로 팬덤이 수 차례 물갈이되었는데, 현재 태연은 6:4로 여초화되었고, 멤버들 중엔 9:1 정도로 극단적인 여초화가 진행된 멤버도 있다. 태연의 이전 앨범 노래를 듣는 사람의 성비마저도 6:4 혹은 7:3 정도로 여초가 된 상태. 여초 현상을 보이는 가수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니거나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생겨났기에 인기를 실감하지 못 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엔 체감을 운운하며 객관적인 지표조차 부정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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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기로 유명한 모 걸그룹의 남성팬들 중 '일부'는 함께 팬덤을 구성하는 여성팬들이 '이렇게 저렇게 하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조언을 하자, 그걸 깨끗하게 무시하거나 아예 여성팬들을 없는 것 취급하며, 팬덤의 남초화에 엄청나게 기여하기도 했다. 그 '일부'는 이렇게 말했다.


 "딱히 냄새 안 나는데 여성팬들이 남혐 부추긴다."

 "지들도 냄새나는 거 모르나보다."

 "남성팬들 냄새난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여성팬들이 진짜 팬일까?"


 이는 내가 인생에서 딱 다섯 번 참여했던 팬싸인회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것들이라 인터넷에서 어그로 끄는 애들로 치부할 수도 없다. 여기서 확실하게 말해두자면, 그들은 냄새가 나는 게 맞다. 그냥 나는 정도가 아니라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면 그 자리에서도 냄새가 날 정도.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내가 가보지 않은, 도무지 가볼 생각조차 못 하는 여초 사이트 혹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남초에서 벌어지는 일, 남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까? 함께 연예인 덕질하는 처지에서 완전히 편이 갈라지고 있다면, 이건 볼장 다 본 거다. 본래 연예인의 팬들은 바깥에서 비하당하며 두들겨 맞기 때문에 남녀 구분없이 뭉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조차 남녀가 갈라졌다면, 우리나라의 남녀 혐오 정서는 끝까지 온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