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예인

프로듀스 101 재팬과 여러 불안 요소들

즈라더 2019. 4. 12. 06:00

 CJ EnM에서 초대형 이슈를 일으켰습니다. <프로듀스 101 재팬>이 일본에서 방송되고, 그 제작을 CJ와 요시모토 흥업이 맡는다는 것. <프로듀스 101 재팬>의 여러 불안 요소와 비판 요소를 살짝 정리해봅니다.


 먼저 불안 요소.


1. 함께 제작하는 요시모토 흥업은 그룹 가수를 프로듀싱하는 회사와 거리가 멉니다. 이 회사의 본업은 개그맨 매니지먼트. 최근 이래저래 다른 분야로 판을 벌리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뻗어갔다고 하긴 어려워보입니다. 단, 방송사와 협업해서 대형 이벤트를 개최하는 능력은 일본 최고입니다. 개그맨 대상으로 하는 초대형 서바이벌이 여럿 있는데, 그 서바이벌의 제작에 거의 대부분 참여했을 정도로 경험이 많습니다.


2. MC를 맡은 나인티나인은 전형적인 개그맨입니다. <프로듀스 101 재팬>이 코믹하게 흘러간다고 해서 딱히 나쁠 건 없지만, 진지해야 하는 순간에 개그맨 콤비로 인해 희석될 분위기를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진지하게 진행해도 나인티나인을 아는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개그맨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나인티나인이 그저 그런 개그맨이면 모르겠는데,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대단한 인기를 누린 베테랑 개그맨이거든요.


3. <프로듀스 101 재팬>의 참가 조건은 소속사가 없는 연습생입니다. <아이돌 학교> 출연자들처럼 연습생 경험이 있거나 방송 출연을 위해 연습생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해도 일반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경연의 퀄리티가 추락한다는 얘기죠. 자칫하면 숙연 파티가 벌어질 겁니다.




 다음은 한국인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의 비판 요소


1. <프로듀스> 시리즈가 제이팝의 갈라파고스 탈출에 자꾸 이용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지 왜 한국이 손을 빌려주느냐는 게 주된 의견. 


2. 아라시가 활동 중단하면서 케이팝 보이그룹이 그 파이를 조금이라도 가져가려는 상황에 뒤통수를 쳤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좀 황당한 의견 같습니다. 케이팝 보이 그룹이 아라시의 파이를 가져가긴 어렵습니다. 팬층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오히려 문제는 아라시 쪽이 아니라..............


3. 바로 케이팝 팬덤의 유출입니다. 일본엔 동방시대를 시작으로 카라, 소녀시대, 빅뱅 시절을 거쳐 지금까지 근간이 되어 온 케이팝 팬덤이 있고, 그들은 <프로듀스> 시리즈에 익숙합니다. 그들이 <프로듀스 101 재팬>을 계기로 그쪽 그룹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건 실제 중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한령으로 케이팝 그룹들이 주춤하는 와중에 중국판의 데뷔조인 화전소녀, 나인퍼센트가 케이팝 팬덤을 흡수해갔어요. 특히 나인퍼센트는 활동이 변변치 않음에도 케이팝 팬덤에서 넘어간 이들의 힘으로 그럭저럭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군요.


4. <프로듀스 101 재팬>에 케이팝의 안무가들이 참여할 경우, 그들이 일본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트레이너야 일본에도 뛰어난 이가 많지만, 안무 창작 측면에서 한국은 확실히 세계적인 선진국이거든요. 그런데 이 주장은 사전 조사가 부족한 주장입니다. 한국 안무가들은 이미 일본에서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어요. 당장에 AKB48과 아이즈원 일본 싱글에 박준희 안무가가 참여했고, 한국 안무팀의 크루들이 일본에 가서 노하우를 전달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게 여러모로 돈이 궁한 시장인 마당에 평생 직장조차 아니라서, 일이 있으면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본래 일본 댄서들의 영향을 받거나 제이팝을 보면서 댄스를 시작한 사람도 꽤 있는 터라, 일본 활동을 꿈으로 여기는 안무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면 대중문화 수준이 가장 뛰어난 나라였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프로듀스 101 재팬>에 대한 불안 요소와 비판 요소가 어느 정도까지 들어맞는지 정보가 더 공개되길 기다려보죠. 올해 일본 연예계 관련해서 가장 놀란 소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