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코스믹 호러 추억팔이

즈라더 2019. 4. 2. 18:00

이건 시즌2 포스터


 영화 <그것>과 비슷할 것 같지만, 뜻밖에 아주 많은 게 다른 <기묘한 이야기> 시즌1. <그것>이 어른들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공포를 다룬 것과 다르게 <기묘한 이야기>는 당대 유행했던 각종 코스믹 호러 영화, 드라마 등을 뒤섞어 만들어낸 '응답하라 1983'에 가깝다. 심지어 드라마 중간중간에 호러영화 매니아들이나 알 법한 코스믹 호러 영화가 나오고, 코스믹 호러의 대부격인 크툴루 신화 관련 설정이 대놓고 나온다. 미국의 호러판 '응답하라'라고 하면 딱 어울리는 셈이다.


 <그것>에서 아이들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빌런이 '어른'들인 것과 다르게 <기묘한 이야기>엔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른들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극에 발암물질이 줄어들어 다행이 아닌가하고 접근했다간 큰 코 다친다. <그것>이 '어차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른들을 아예 설득조차 안 하는 것과 달리 <기묘한 이야기>는 어른들로 하여금 초자연현상을 믿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끔찍한 구성요소를 담고 있다. 믿지 않는 어른들을 믿도록 하는 과정의 지지부진한 갈등을 지겨워하는 사람이라면 <기묘한 이야기>의 초반부가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다.



 다행히 <기묘한 이야기>에는 뜻밖의 장치가 있다. 추진력과 추리력, 전투력까지 갖춘 경찰 서장이 아주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이런 유형의 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설정이 그것이다. 처음부터 초자연현상을 믿는 사람이란 게 아니라 영리한 머리와 기민한 움직임으로 사건을 파헤치면서 초자연현상이 사실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이성적이라 하기 어려울 피해자의 가족이나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마저 하나씩 들어주고 함께 움직여주는 그런 사람. 보통 이런 역할엔 끝내주게 멋진 핸섬 가이를 캐스팅하지만, <기묘한 이야기>에는 산만한 덩치에 탈모까지 두루 갖춘 40대 미국 남성의 전형인 데이빗 하버를 캐스팅했다. 이 드라마의 주된 타겟이 40대 남성인 만큼 '몰입할 대상' 혹은 '희망'을 만들어준 게 아닐까 한다.


 시즌1을 기준으로 보면 나름대로 파헤칠 걸 다 파헤친 드라마다. 미국에서 한 때 유행했던 사이킥 드라마들이 해결할 생각조차 없는 떡밥을 마구 투척하면서 드라마 업계를 박살 내놨던 것과 달리 이 드라마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아주 긍정적인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