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공들인 디자인이나 살벌한(?) 구성의 북클렛 등으로 블루레이를 만드려는 게 아닐 때, 한정판 블루레이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수준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블루레이 한정판일 것 같습니다. 포스터를 깔끔하게 보정해서 아웃케이스 정면에 담았고, 렌티큘러를 따로 포함한 데다 북클렛, 투명 엘리트 케이스 등 여러모로 모자랄 것 없이 갖췄어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블루레이를 최고로 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최악으로 보는 사람도 없을 거에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정발 한정판 블루레이의 이모저모입니다.
요새 <어벤져스: 엔드게임> 때문에 3시간 짜리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작 굉장히 많은 영화가 3시간 정도의 런닝타임을 지녔다는 걸 모르고 3시간은 쓸데없이 길다고 불만을 가지더군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대부분 3시간 육박에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3시간 21분입니다. 확장판으로 가면 4시간... 그리고 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도 3시간에 가까운 런닝타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딱히 특별할 것 없고,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라는 야그. 잭 스나이더는 <왓치맨>과 <배트맨 대 슈퍼맨>의 감독판을 3시간으로 만든 바 있습니다. 극장 개봉은 못 했지만.
개인적으론 자꾸 이상적인 영화의 런닝타임을 1시간 40분으로 맞추려는 흐름이 싫습니다. 제대로 된 이야기도 못 풀어내고 적당히 생략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설국열차> 개봉 당시 이것저것 다 잘라서 1시간 40분 정도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여기에 화답(?)하듯 와인스타인 쪽에서 그런 편집본을 요구했지요. 영화를 얼마나 엉성하게 만들라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설국열차>엔 잘라야 하는 장면은커녕 더 많은 장면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나 싶을 만큼 꼭 필요한 것들만 간신히 들어가있었는 걸요.
잭 스나이더가 <배트맨 대 슈퍼맨>을 3시간 판본으로 개봉하지 못 한 뒤, 은근히 워너 브라더스를 디스했을 때 꽤 통쾌했습니다. 3시간 정도면 그리 길지 않은 런닝타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부디 저 같은 사람의 취향도 생각해서 겨우 3시간 정도로 팬들이 먼저 딴지 걸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 같은 사람이 1시간 40분 짜리 영화가 너무 짧으니까 길게 편집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런닝타임은 영화의 설정과 스토리에 따라 정해야 하는 거라 기준을 만들어두고 거기에 맞추라고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3시간이란 소문을 듣고 '음료수 못 먹겠네'를 시작으로 '너무 기니까 관크 때문에 영화 망할 듯'과 같은 괴상한 딴지는 왜 거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반지의 제왕> 개봉 시절에도 영화 문제없이 봤어요. 음료수 안 먹으면 되는 거고, 관크는 영화가 길다고 나오는 게 아니에요. 어차피 중간에 소변 보러 가는 사람들은 길든 짧든 보러 갑니다. 크레딧이 무진장 길었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도 2시간 30분이나 되었는 걸요.
참고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런닝타임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3시간 정도 될 거라는 이야기가 제작진에게서 흘러나왔을 뿐. 왠지 간 보는 느낌이에요. 불만이 많다고 완성된 영화를 재편집해서 줄일까봐 걱정됩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주절거려봤습니다.
뱀다리) 개인적으로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의 가장 이상적인 런닝타임은 2시간 20분에서 2시간 40분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매트릭스>와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영향이 큰 듯) 할 이야기가 많다면 3시간 넘어가도 문제없고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왓치맨> 감독판, <배트맨 대 슈퍼맨> 감독판, 등 제가 좋아하는 액션 영화 중에 3시간 짜리 영화가 꽤 많더라고요. 볼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