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에는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만달로리안> 시즌 3의 미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만달로리안> 시즌 3는 딘 자린의 여정이라 보기 어렵다. 우리가 언제나 <만달로리안>의 주인공일 거라고 생각했던 딘 자린이 아니라 보-카탄 크리즈가 주인공이라 해야 옳다. 그래서 난 <만달로리안> 시즌 3를 이렇게 말해보련다.
"<보-카탄 크리즈> 시즌 1"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그렇다. 마치 빌드업이라도 하는 것처럼 재미없게 진행되었던 1화를 제외하면 전부 보-카탄 크리즈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와치의 아이들'에게서 신뢰를 얻는 과정, 자신에 대한 분노로 곁을 떠났던 동료들을 되찾는 과정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 과정에 딘 자린도 큰 역할을 하지만, 결국, 보-카탄 크리즈를 만달로어인의 리더로 만들어주는 게 <만달로리안> 시즌 3의 전체 내용이기 때문에 주인공이라 보기 매우 모호하다. 무엇보다 만달로어인들의 상징인 다크세이버를 제대로 사용하는 인물부터가 보-카탄 크리즈 한 사람뿐이다.
물론, 제작진으로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은 '만달로리안' 즉, 만달로어인이고, 이는 딘 자린뿐 아니라 그 누구든 만달로어인이라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제작진이 실제로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미리 해둘 수 있겠다. 미래가 남았다. 딘 자린과 그로구는 아직도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남았고, 미래가 훤하게 열려 있다. 그런 상황에 뜬금없이 주인공을 교체한다니 이는 시즌을 더해가며 주인공이 바뀌는 일이 빈번한 미국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제작진이 저런 생각을 지녔다면 대중의 기대치를 완전히 훼손하고 말 것이다.
<만달로리안> 시즌 3는 작품 자체의 퀄리티도 굉장히 좋지 않다. 4화부터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략한 전개가 시작되는데, 일단 기디언이 어떻게 탈출했는지를 생략했다. 시즌 1, 시즌 2의 메인빌런인 기디언이, 그리고 시즌 3에서도 마찬가지로 메인빌런 역할을 맡은 기디언의 탈출 과정을 생략한다는 건 지나친 처사다. 심지어 이는 작품 내에서 가장 강력한 의문점이었다. 그 기디언을 탈출시킨 존재가 바로 만달로어인이라는 증거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만달로어인으로 추정되는 어떤 집단이 공화국의 군대를 몰살시키고 기디언을 탈출시키는 경악스러운 폭력을 저질렀음에도, 그 만달로어인 집단이 다름이 아닌 보-카탄과 과거 함께 했던 동료였을 가능성까지 나왔음에도 탈출 과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심각하달 밖에. 결국, 모든 건 기디언이 직접 양성한 베스카 트루퍼들의 행동이라는 게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생략되어 버린 탓에 다시 나타난 기디언의 모습에 극적인 임팩트는 없었다.
시리즈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을 만달로어 탈환 전투도 마찬가지다. 겨우 십수 명에 불과한 만달로어인들이 무기들을 들고 열심히 싸우는 장면이 나왔을 뿐이다. 탈환 작전이라 하기엔, 너무 허무하고 규모가 작아서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서 장대한 전투가 벌어질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겼다. 앞서 말한 '생략' 역시 탈환 작전 내내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서 공중전에 참여했던 제국의 파이터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생략했고, 기디언이 딘 자린과 그로구를 쫓는 과정에서 자신의 클론이 모두 죽어 있는 걸 발견하는 장면이 생략되었다. 내러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두 장면이 생략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는데, 양쪽 모두 주요 캐릭터의 생존여부와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만달로리안> 시즌 3를 망작이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의 화룡점정은 다크세이버의 파괴다. 다크세이버는 다른 라이트세이버와 다르게 칼잡이 부분이 베스카로 제작되었으며, 따라서 손으로 쥔다고 해서 부서지지 않는다. 같은 강도의 베스카로 수도 없이 두드리면 변형이 올 수야 있겠지만, 그저 손의 악력만으로 부서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한 설정을 완전히 파괴한 <만달로리안> 시즌 3의 그 장면은 '시리즈의 손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카탄 크리즈가 딘 자린으로부터 다크세이버를 받게 되는 과정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자세히 언급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