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섀도우 앤 본 시즌 1 (2021) 작품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던 이유

몰루이지 2023. 4. 27. 18:22

섀도우 앤 본 시즌 1 포스터

 

 <섀도우 앤 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간단히 정리해서 '짧다'는 것이다. 8화라는 그릇을 채우고도 넘쳐서 줄줄 새나가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욱여넣으려고 모든 것을 압축했다. 그 압축된 것 중에는 '감정'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몰입하기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서 주인공인 알리사의 변심이 그렇다. 키리건 장군과 사랑에 빠져 키스를 나누고 딱 5분도 되지 않아 변심하는 알리사의 행태는 일반적인 극의 구성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섀도우 앤 본>이 원작을 가진 작품이라는 걸 몰랐다면 난 거리낄 것 없이 '희대의 졸작'이라 공격했을 것이다. 당연하다. 바로 방금까지 딥키스를 날리며 서로의 사랑을 주고받던 사이였는데,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던 인물로부터 '사실 키리건 장군은 말이지...'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것만으로 알리사는 변심했다. 다시 말하는데 여기까지 작품 상 5분도 안 걸렸다. 


 작품을 압축하면서 생긴 문제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섀도우 앤 본>은 상당히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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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입장을 지닌 각종 단체가 '선 서머너'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한 곳에 모인다는 군상극 형태의 작품이라 산만하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섀도우 앤 본>은 작품이 지나치게 짧아서 산만함을 넘어 조잡해지고 말았다. 인물들의 대사와 짤막하게 등장하는 지도만으로는 <섀도우 앤 본>의 지리적 특성을 이해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꽤나 진득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법인데, <섀도우 앤 본>은 8화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스토리텔링이 불가능했다. 감상자로서도 그저 이야기를 나열하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연출적 한계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을 읊조릴 타이밍조차 잡기가 어렵다. 만약 내가 이전에 4화까지 감상하다가 중단한 이력이 없었다면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소 12화는 되어야 하는 작품이었다. 난 넷플릭스의 천편일률적인 8화 시스템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넷플릭스에서 8화를 넘어가는 경우 패널티를 부과한다는 소문이 있다.) 이게 오히려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건 유동적이어야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선 8화까지 가기 어려운 내용을 질질 끌어서 채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8화로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내용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8화로 만든 경우가 있다. <섀도우 앤 본>은 후자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플레잉타임을 비롯한 작품 제작에 대한 온전한 자유는 오로지 영화판에만 적용되는 걸까?


 부디 시즌 2는 조금 더 진득한 작품이기를 기대한다.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