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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클레오파트라가 가져올 후폭풍

즈라더 2023. 5. 1. 05:48

클레오파트라 예고편 캡쳐

 

 PC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그 덕을 어느 정도 봤다는 게 내 판단이고,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PC를 외치는 게 이상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백인 위주였던 과거에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예쁘지 않은 사람까지 사랑해 줘야 PC다'라는 식으로 나가다 대중의 역린을 건드려서 역효과를 내고 있을 뿐, PC는 앞으로도 자리를 어느 정도는 잡고서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여전히 유럽이나 미국에서 차별의 대상인 한국인이 PC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


 다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클레오파트라>는 선을 너무 심하게 넘었다.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클레오파트라를 흑인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우리 할머니가 그랬어'라고 서술해버렸으니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말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인종에 대해서는 이미 수도 없이 많은 학자들이 아주 장기간에 걸쳐서 연구하고 토론한 뒤 교차 검증까지 거쳤다. 관련된 국가들의 입장 차이라는 게 조금씩 적용되어 미세하게 다른 의견을 보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클레오파트라가 흑인이라는 증거는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게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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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흑인 클레오파트라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의 부산물이라면 PC를 고려해서 (황당함에 고개를 갸우뚱하긴 하겠지만)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에 입각해서 제작되어야 하는 역사 다큐멘터리인 이상 클레오파트라를 흑인으로 만든 것, 그렇게 한 합리적인 근거를 조금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용납이 안 된다. 이로써 PC는 앞으로 더욱더 거대한 반발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최근 엄청난 작품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비프: 성난 사람들>이 작품성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서 PC에 대한 반발 때문이란 주장이 보였다. 아시아, 정확히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블랙코미디라는 것만으로도 '또 PC야?'라면서 통째로 패스해버렸다는 것이다. 어제 공개된 <피터팬과 웬디>의 경우도 다인종 캐스팅에 분노한 이들에 의해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이러다가 콘텐츠에 적용된 PC로 인해 히스패닉이나 유색 인종이 미국 내에서 오히려 더 차별을 당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안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을 계기로 인종 사이의 벽이 더 뚜렷해졌던 게 미국 사회 아니던가.


 <클레오파트라>는 아무래도 꽤 큰 오점으로 남을 것 같다. 부디 이 작품이 이후의 콘텐츠들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뱀다리_ 작품 속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해줘가며 계속해서 PC를 적용하다 보니 어느새 영화계에서 유색 인종의 위상이 백인의 그것을 위협하기 시작했다던가. 고양이인 줄 알고 키웠더니 사자 새끼였다는 충격적 사실에 당황한 백인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던가. 올해 오스카에서 에에올의 활약이 깜짝 놀랄 수준이었는데, 놀란 건 영화계 사람들이 더할 거라는 이야기도 살며시 흘러나온다. 애초에 PC라는 것 자체가 백인우월주의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