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는 <더 글로리>의 낙폭이 크다. 주간 순위에서 절반 정도 떨어져서 6~7천만 시간을 기록하지 않을까 했는데, 5천만 시간 아래로 내려가 4.8천만 시간을 기록했다. <더 글로리> 자체에서 원인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분명히 기대 이상(<더 글로리>의 기대치를 생각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이라는 평가가 많고, 지금도 많은 이가 감상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낙폭이 큰 것은 작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나이트 에이전트>라는 예상 밖의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나이트 에이전트>는 과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24>가 떠오를 정도로 흡입력이 좋은 액션 스릴러란 평이다. 넷플릭스가 아주 공을 들여서 제작한 작품이 아니니 만큼 예상 밖의 한 방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나이트 에이전트>의 넷플릭스 주간 순위 1주 차 성적은 무려 1.6억 시간. 뒤늦게 입소문을 탔음에도 이 정도 성적이면 앞으로 오히려 치솟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센세이셔널한 데뷔. 로튼 토마토를 살펴보면, 일반 평론가가 아닌 탑 크리틱 평론가들 사이에선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고 있다. 탑 크리틱 기준 7.7점. 이는 <오징어 게임>의 탑 크리틱 평점과 동일하다. 평론가 전체 평점보다 탑 크리틱의 평점이 더 높은 경우는 정말 오랜만이라 신기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나이트 에이전트>라는 복병을 만난 <더 글로리>는 이미 원동력을 잃었다. 이미 플릭스패트롤의 일일 순위에선 <너의 모든 것> 시즌 4와 함께 떠내려가고 있다. 그토록 화제가 되고, 평가가 좋음에도 이 성적이 한계라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체 어떻게 저런 성적이 나왔지?
<더 글로리>는 결국 처음 예상했던 대로 <종이의 집> 시즌 3를 누르고 역대 5위에 오르는 것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1위는 <루터: 태양의 몰락>이다. 3주 연속 1위.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넷플릭스는 영화 쪽에 돈을 있는 대로 퍼붓고 있는데 왜 구독자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보다도 못한 외부 판권 작품을 더 많이 찾는가. 넷플릭스로선 영화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1위는 <킹 오브 섀도>라는 프랑스 영화. 일부다처제 가정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반영한 사회파 범죄 스릴러물이라고 한다. 이복형제의 비극을 다룬 영화라고 하던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영어권 영화 차트에 이어서 비영어권 영화 차트도 빈집이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오스카 버프를 받았다 치더라도) 차트에서 롱런하는 걸 보시라.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1위는 <나이트 에이전트>다. 초대박이 터졌다. 1.6억 시간. 2주 차 성적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역대 순위에 들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있겠다. 큰 기대작이 아니었음에도 이 정도로 크게 성공하는 걸 보고 <다머 - 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를 떠올렸다. 과연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2위는 <섀도우 앤 본> 시즌 2다. 시즌 1도 성적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기대를 받아 왔고, 팬덤을 구축한 뒤에 나온 시즌 2이므로 지금보다는 성적이 더 좋아야 맞지 않나 싶다. 이 정도면 넷플릭스 측에서 시즌 3 제작에 대해 고민이 많을 듯하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1위는 <더 글로리>. 다만 수치를 보아 다음 주엔 2위로 떨어져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그 외의 한국 드라마로는 5위 <일타 스캔들>, 10위 <철인 왕후>가 있다.
넷플릭스 역대 순위를 살펴보면 <더 글로리>와 <종이의 집> 시즌 3 사이에 격차가 크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주에 공개될 차트에선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 글로리>가 지난주 넷플릭스 주간 순위에서 뜻밖의 낙폭을 기록한 건 누누티비 때문일 수도 있다. <더 글로리>의 2주 차 즈음, 타이밍 좋게 누누티비의 존재가 기사화되면서 널리 알려지고 누누티비로 죄다 몰려갔을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누누티비가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몰라도 넷플릭스의 4K HDR을 소화해 줄 리가 없지 않나. 게다가 OTT를 불법으로 볼 정도면 사실상 중국 이하다. 누누티비를 보고 있다면 어디 가서 중국인들이 불법으로 한국 드라마 본다고 욕하지 마시라. 그리고 창피하니까 어디 가서 한국인이라고 하지도 마시고. OTT를 불법으로 본다니 지나가던 개도 비웃겠다. 오늘내일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나도 OTT를 불법으로 본다는 '거지' 이하의 생각을 하진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컨텐츠 다음 타자는 이번주 금요일의 <길복순>. 시사회가 있었는데, 딱 <불한당> 느낌의 영화가 나왔다고 한다. 전도연에게 상당히 많은 부분 기대고 있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작품은 아니라던가. 지금까지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중에선 가장 괜찮은 결과물이란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