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조금 빠르다.
<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되었다. 예전 넷플릭스 주간 순위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더 글로리>는 파트 2가 공개되면 100% 넷플릭스 역대 순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빨라서 공개 3일 만에 바로 들어가 버렸다. 경이롭다고 할 수밖에 없는 <더 글로리>의 이번 주 넷플릭스 주간 순위 성적은 1.2억 시간. 지난 파트 1의 성적에 1.2억 시간 속 파트 2 감상 시간이 합쳐져서 총합 2.9억 시간이 되었으며 넷플릭스 역대 순위 9위에 올라섰다. 다시 말하지만 1주 차, 그러니까 딱 3일 동안 나온 성적이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주 차에 접어든 지금, 성적이 오히려 올라서 이틀 연속으로 넷플릭스 전체 1위를 찍는 중이다. 이는 <더 글로리> 파트 2가 아주 잘 빠진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너의 모든 것> 시즌 4의 파트 2가 썩 좋지 않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저녁 시간대에 즐길 거리를 찾는 넷플릭스 유저로선 지금 가장 좋은 선택이 <더 글로리> 파트 2인 셈이다. 참고로 함께 공개된 영화 <루터: 태양의 몰락> 역시도 매우 평가가 좋지 않으므로 <더 글로리> 파트 2에 호재다.
물론, 현재 아주 조금씩 국가별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글로리> 파트 2의 1주 차 성적보다 2주 차 성적이 더 나을 거라고 확신할 순 없다. 그러나 오랜만에 1주 차에 1억 시간을 넘긴 한국 드라마가 나왔으며, 이로써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역대 순위 10위 안에 한국 드라마가 무려 4개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솔직히 이번 주 넷플릭스 주간 순위를 확인하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성적이 좋을 줄은 알았지만, 1주 차부터 1억 시간을 넘기다니. 넷플릭스 코리아가 상당히 공을 들여서 홍보하더니 그 성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더 글로리> 파트 2는 파트 1의 홍보가 시원치 않았던 것과 다르게 굉장히 파격적이라 할 정도로 홍보했었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부문의 1위는 <루터: 태양의 몰락>이 차지했다. 기존 시리즈가 인기작이었던 만큼 그 후속편이라 할 수 있을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당연한 일임에도 뭔가 시원치 않은 성적이다. 물론, 이 영화에 내려지는 가혹한 평가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성적도 작품성에 비해 높은 성적으로 여겨질 것이다.
2위인 <파러웨이> 역시 1주 차 성적인데, 넷플릭스에서 딱히 공을 들여 홍보하는 작품은 아니다. 한국에선 서비스조차 하지 않는 건지 검색해도 정보가 없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1위는 <첫 키스에 반하다>라는 스페인의 로맨스 영화다. 키스를 하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설정인데, 한국 드라마인 <키스 식스 센스>와 굉장히 흡사하다. 그래서 딱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진 못할 것이다.
한국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260만 시간의 성적으로 7위에 위치했다. 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판권을 사 온 작품인 데다 홍보가 썩 시원치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겠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부문의 1위는 당연하다는 듯 <너의 모든 것> 시즌 4. 그런데 파트 2의 회차가 적어서 그런지 성적이 썩 좋다고 하긴 어렵다. 7500만 시간의 어디까지가 파트 2의 성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좋지 않다. 파트를 나누어서 공개하는 것도 작품이 아주 좋아야 성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아니면 <더 글로리>처럼 깔끔하게 반반으로 나누어서 공개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가 될까.
뭐, 개인적으론 파트를 두 개로 나누어서 공개하는 것 자체를 금지해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2위를 기록하고 있는 <MH370>은 말레이시아 항공 실종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실종 미스테리라는 소재는 탐사 다큐멘터리가 되기는 어려운 법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런저런 썰을 풀어놓는 것에 불과한 음모론적 다큐멘터리가 되었다고 한다. 다만, 자극적인 음모론이 먹히기라도 한 건지 미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더 글로리>의 순위가 올라가는데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부문은 말했던 것처럼 <더 글로리>가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1.2억 시간이라는 압도적 수치로.
그 밖의 K 컨텐츠는 <일타 스캔들>이 4위를 차지했고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5위, <철인왕후>가 7위를 차지했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건 역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웬만해선 이 차트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작품인데 기어이 올라버렸다. 시청 시간 수치나 플릭스패트롤을 바탕으로 볼 때 한국 사람들이 엄청나게 봐서 오른 것이긴 하지만, 뭐가 어쨌든 글로벌하게 개망신을 당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겠나. 이렇게 글로벌하게 화제가 된 김에 정부 차원에서 사이비 종교들의 범죄를 처단해 주길 바라는 바이다. (물론, 그럴 리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더 글로리>가 9위에 올라서면서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의 역대 10위 안에 한국 드라마가 무려 4개나 올라가게 되었다. 플릭스패트롤의 <더 글로리> 추이를 보아하니 7위까지는 넉넉하게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보통 2주 차 성적이 1주 차보다 좋다는 걸 고려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종이의 집> 파트 3까지 밀어내고 5위에 안착하지 않을까. 그 위의 <지금 우리 학교는>은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테지만, 격차가 상당한 편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 K 컨텐츠의 다음 타자는 베를린 영화제에 특별 초청되었던 <길복순>이다. 선공개된 액션씬에 대해 호불호가 상당했기 때문에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최소한 킬링타임은 해주지 않을까 하면서 기다리는 중이다. <길복순>이 극장과 넷플릭스에 걸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 영화의 부진을 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