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월드컵 시즌으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 물 건너 미국의 넷플릭스 집계 사이트 업데이트 담당자도 월드컵으로 정신이 없었는지 넷플릭스 주간 순위를 두어 시간 정도 늦게 업데이트했다. 덕분에 오늘은 늦은 오후에 포스팅하게 되었으니 이해를 바란다.
이번 주 넷플릭스 주간 순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웬즈데이>다. 놀랍게도 <웬즈데이>는 첫 주에 넷플릭스 첫 주 시청 시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기존 기록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 4가 가지고 있었으므로 정말 놀라운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웬즈데이>가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처럼 작정하고 플레잉타임까지 늘려가며 밀어주기를 했다면 모를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웬즈데이>의 기록이 놀라운 이유는 첫 주가 지난 지금, 오히려 입소문이 더 돌아서 역주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에 업데이트된 주간 순위까지만 해도 <오징어 게임>을 위협할 수 있는 성적인데, 여기서 더 입소문을 탄다면 <오징어 게임>을 이길 수도 있다. 다음 주에 업데이트될 이번 주 순위가 기대되는 이유다. 만약, 다음 주에 업데이트된 이번 주 넷플릭스 주간 순위에서 지금의 추이를 이어간다면 <오징어 게임>을 분명히 이기게 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역대 1위를 기록한 이후, 1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 과연 <웬즈데이>가 <오징어 게임>의 성적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차트의 1위는 <노엘 다이어리>.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유형의 영화라서 롱런할 기색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차트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불릿 트레인>.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인데, 감상을 못 했던 터라 블루레이 출시만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HDR로 서비스한다는 것 아닌가. 안 볼 수가 없는 노릇. 오랜만에 넷플릭스로 영화 한 편 감상하게 생겼다. 앞으로도 다른 회사의 작품을 사 와서 HDR로 서비스하는 일이 빈번해지면 고마울 듯하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차트에선 노르웨이 영화 <트롤의 습격>이 1위를 차지했다. 평가가 그럭저럭 좋은 편이라 잘하면 비영어권 영화 역대 1위를 노려볼 수도 있다. 첫 주 3일간의 수치만으로 이미 역대 10위 안에 들어갔고, 덕분에 한국 영화 <카터>는 10위 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도 비슷한 규모의 판타지 영화가 제작되면 좋으련만. <정이>에 기대해봐야 할까?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차트에선 <웬즈데이>의 무시무시한 괴력이 눈에 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추이만 보면 막대한 제작비와 막대한 홍보비를 사용한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보다 훨씬 낫고, <오징어 게임>의 근처로 달려가고 있다. 다음 주 즈음이면 <웬즈데이>가 역대 순위 1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뜬금포 초대박이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차트에 한국 드라마는 셋이 들어갔다. 그중에 한국에서만 서비스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6위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에 그저 경악해본다. 순위뿐 아니라 수치도 만만치 않게 높아서 아시아의 몇몇 국가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했던 <퍼스트 러브 하츠 코이>와 막상막하의 수치다. 내 기억에 플릭스패트롤에서 집계했던 (지금은 집계하고 있지 않다.) 한국의 넷플릭스 구독 계정 수는 약 500만이었다. 일본이 600만이었으니 구독 계정만 보면 일본이 더 높다. 한국에서 말하는 넷플릭스 이용자 1000만 명은 아마 계정 공유를 통한 것까지 집계한 결과일 것이다. 즉, 이 경우는 그저 한국인들이 <재벌집 막내아들>을 특별하게 많이 보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슈룹>은 지난주 일요일에 완결되었기 때문에 다음 주에 업데이트될 이번 주 주간 순위에선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할 것이다. 남미와 중동의 일부 국가에 일괄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영미권에도 일괄적으로 업데이트된 건지 호주, 뉴질랜드나 사우디 아라비아, 볼리비아와 같은 국가들에서 순위 상승이 화끈하게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넷플릭스가 <구미호뎐>의 판권을 구매해 해외에 서비스하기 시작했으므로 어쩌면 <구미호뎐>이 주간 순위 10위 위로 올라올 수도 있겠다. 지켜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의 다음 타자는 오는 9일 공개되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2다. 많은 사람이 이를 시즌 2로 여기고 있던데, 시즌 2가 아니라 파트 2. 따라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성적에 합산된다. 물론, 파트 1이 평론가들에겐 호평, 대중에겐 극단적이라 할 만큼 혹평, 아니 악평을 들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나 개인적으론 마음에 든 요소가 있어서 무조건 감상할 생각이다.
12월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가 3편이나 공개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2, <더 패뷸러스>, <더 글로리>.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로 인해 미뤄졌던 <더 패뷸러스>가 23일 공개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 글로리>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0일에 공개된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더 글로리> 역시도 두 개로 나뉘어 공개된다는 사실. 이게 시즌 1, 시즌 2의 개념으로 나뉘는 건지 아니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처럼 파트 1, 파트 2로 나뉘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2023년을 여는 넷플릭스 K 컨텐츠는 아마도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1월에 공개하려면 지금은 심의를 받아놨거나 심의에 들어가야 함에도 <정이> 외에는 심의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지옥>이란 걸작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실력이 다시 발휘될지, 아니면 <반도> 때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함몰될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