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갓 오브 이집트 (2016) 블루레이, 신을 건드리는 알렉스 프로야스

즈라더 2022. 11. 4. 20:11

 지금도 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가는 바, <갓 오브 이집트>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다. 익숙하지 않은 신화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유럽의 각종 신화가 이집트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였을까. <갓 오브 이집트>는 분명히 가볍게 즐기기 충분한 작품이었으며, 신기한 것 투성이었던 화려한 영화였다. 눈 호강 하나만큼은 보증하는 영화. 그럼에도 폭삭 망했다.

 

 다소 멍청한 전개가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갓 오브 이집트>보다 멍청하면서 성공한 영화는 할리우드에 널려 있다. 솔직히 여전히 <갓 오브 이집트>가 망한 게 이해가지 않는다.

 

 아래로 <갓 오브 이집트> 북미판 블루레이의 오픈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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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이집트 북미판 블루레이 전면
후면
스펙
옆면
오픈 케이스

 

 북미판의 저 리사이클 구멍. 옛날엔 참 별로였는데, 요새는 그냥 정겹다. 왜일까.

 

 참고로 <갓 오브 이집트>를 감독한 알렉스 프로야스는 <갓 오브 이집트>의 실패 이후 단편 영화만 찍고 있다. 본인으로선 꽤나 억울할 듯.

 

 미국 영화가 미국에서 성공을 못 했으면 할 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겠는데, 난 그 지점이 참 신기하다는 얘기다. <갓 오브 이집트>는 영미권이나 유럽 등의 나라에서 말도 안 될 만큼 심각한 혹평을 듣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선 '가볍게 즐길 거리론 충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작품도 아니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바이럴 마케팅이 돌아갈 리도 없지 않나. 찐 반응이란 거다.

 

 이 온도차는 역시 신화라는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시라. 단군 신화에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실제로 단군 신화와 흡사한 신화가 (중국 아님) 유목민족들 사이에서 돌아다니기도 했고, 이를 바탕으로 환빠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단군 신화 어쩌고 하는 기적의 논리를 만들기도 했다. 단군 신화는 결코 유니크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국 영화계가 단군 신화와 흡사한 이야기를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이미 단군 신화가 유니크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나조차도 약간 불쾌감을 느꼈을 거다.

 

 그러고 보니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노잉>으로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노잉> 역시 볼 만한 영화에 해당했지만, 기독교를 건드리는 바람에 기대한 만큼 성공하지 못했던 것. 역린을 두 번이나 건드린 셈이다. 그가 단편 영화만 찍는 신세가 된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잘 되새겨보시라. 알렉스 프로야스가 세상을 놀라게 했던 작품 <다크 시티>부터 시작해서 <아이, 로봇>에 이어 <노잉>, <갓 오브 이집트>까지.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다 조금씩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을 건드린 작품들이다.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