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정호연은 '아시아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던 틱톡커

즈라더 2021. 11. 22. 20:00

오징어 게임의 여자 주인공 정호연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의 전무후무할 성공에 힘입어 헐리우드 진출을 선언했다

 

 "우리는 아시아인이 아닌 한국인"


 얼핏 우리나라는 다른 아시아 사람과 다른, 더 뛰어난 존재라는 의미처럼 들린다. 아시아에 있지만 '사실상 유럽'이라던 일본의 머저리 같은 선민사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저렇게 말을 한 사람은 그런 의도를 가지진 않았다.


 저 글을 본 곳은 틱톡이었다. 어느 유럽 여성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정호연에 빠져서


 "내가 처음으로 빠져든 아시아 여성."


 이라는 메시지와 영상을 남겼고,


 "정호연은 아시아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야." 


 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황당해하며 한국은 아시아가 아닌 거냐, 다른 아시아 국가와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비아냥댔다. 심지어 정호연에 빠져들었던 틱톡커는 한국에 동그라미를 친 아시아 지도를 가져다 놓고 


 "한국은 아시아가 맞아."


 라고 저격했다. 이에 대해서 리플을 달았던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시아는 하나가 아니야. 왜 너희는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서 평가하려고 들지? 난 한국이 아시아에 속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냐. 너희의 그 편협함, 전체주의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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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답글이 계속해서 달리며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달라는 사람이 쇄도했다. 우리가 아시아인을 차별이라도 했다는 거냐면서. 한국은 한국임과 동시에 아시아이기도 하다면서.


 쇄도해오는 댓글들에 겁이라도 먹었는지 추가적인 반박은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번역기를 동원해서 새로운 동영상을 만들어 다음과 같이 정리해줬다.


1. 난 레아 세이두를 좋아하지만, 그녀를 두고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유럽 여성'이라고 말하지 않아. 또한 엠마 스톤을 좋아하지만, 그녀를 두고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아메리카 여성'이라고 하지 않아. 무슨 얘기인지 알지?


2. 아시아는 아프리카, 아메리카가 그런 것처럼 철저하게 유럽의 기준에서 구분되었지. 아시아에는 25억 명이 살고 있어. 그리고 유럽 대부분이 로마에 의해 하나의 문화권으로 묶인 것과 달리 아시아는 그런 적이 없어. 우리를 아시아로 묶어봤자 동질감을 갖을 수 없다는 얘기야. 문화, 언어가 지나치게 많이 다르기 때문이지.


3. 너희는 저 사람의 말을 이해해야해. 동북아시아는 현재의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왔지만, 서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는 너희 조상이 서로 다른 종족과 언어권 사람들을 모아놓고, 마음대로 국경선을 그어 나라를 만드는 바람에 종족 분쟁이 계속되고 있어. 


 위와 같이 텍스트로 가득찬 4분 짜리 영상을 제작해서 댓글에 달자, 번역기 영어(브로큰 잉글리쉬)를 지적하는 사람과 수긍하고 넘어가는 사람, 그래도 아시아는 아시아라는 사람이 갈렸지만, 아시아가 왜 동질감을 가지지 못하는지는 알았다는 모양새였다. 이윽고 정호연은 아시아인이 아닌 한국인이라 적었던 댓글이 삭제되었고, 나 역시 영상을 삭제했다. 


 아마 틱톡하는 사람은 한국 쪽의 알고리즘 추천으로 떴기 때문에 위 진행상황을 많이 봤을 거다. 좋아요 수나 댓글 수가 어마어마하기도 했고.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