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중국과 대만의 전쟁에 한국이 관계가 없다는 건 순진한 생각

즈라더 2021. 11. 7. 18:00

 양안 전쟁이 한국과 관계가 없을 거라는 속 편한 소리는 하지 말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든 말든 우리하고 상관없다는 얘기를 보면서 국제 정세에 지나칠 정도로 어두운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대만 타이페이
대만이란 작은 나라에 TSMC, 에이수스, 애즈락, 벤큐, 기가바이트, 에이서, 이노룩스, 리얼텍, UMC 등등이 다 있다.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들어봤을 그 회사들이 전부 대만 회사들이다.


1 - 양안 전쟁에는 반드시 미국이 참전한다. 국지전이 될지 전면전이 될지 모르겠지만, 대만에는 세계 반도체 허브인 TSMC가 있고, 대만이 점령되면 남중국해와 태평양이 한꺼번에 열린다. 미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만이 점령되는 걸 막아야 한다. 참전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라. TSMC뿐 아니라 최신 컴퓨터 부품을 대부분 독점하다시피 하는 대만이 사라지면 세계 IT 업계 전반이 중국에 넘어간다. 


2 - 미국이 참전하면 자연스럽게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거쳐 물자를 조달 받는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참전이야 당연한 이야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술의 핵심 중 하나가 '보급'과 '거점'을 파괴하는 것인데,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내버려 둘 리가 없지 않나. 국지전에서 그치지 않고 전면전이 된다면 한국은 자동 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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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말 해로운 생물입니다. 돼지에게 사과합니다.


3 - 대만이 점령되면 한국과 일본은 자연스럽게 중국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게 된다. TSMC 문제 이전에 물류 이동의 루트가 막힐 수 있다는 게 가장 결정적이다. 한국의 수출, 수입 산업에는 다양한 루트가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루트가 수에즈 운하 - 남중국해를 통한 해상 운반이다. 동아시아 허브 항구가 부산에 마련되어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해상 루트가 중국의 지배 아래로 들어갈 뿐 아니라 부산항을 허브로 써먹으며 보던 자잘한 이익들까지 다 날아간다. 다른 해상 루트를 찾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엄청난 거리를 빙돌아서 와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게 되고, 동북아시아 해상 거점은 부산이 아니라 일본의 어느 도시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4 - 일본이 무조건 대만을 지키겠다고 하는 이유는 말한 바와 같이 해상 무역 때문이다. 동시에 헌법도 손을 좀 보겠고. 우리나라도 사실 대만을 무조건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만, 일본처럼 융통성 없게 구는 게 아니라, 종전 선언을 통해 육로를 통한 길을 추가해서 대만이 점령당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종전 선언이 쉬운 일도 아니고(보아하니 또 뭐가 틀어졌는지 미국 의원들과 북한 언론이 발작하기 시작했다), 육로를 통한 무역은 정말 비효율적인 작업이므로 결국, 대만을 지키는 게 최선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 머리를 숙여도 상관없다면 모를까, 그게 정말 싫다면 미국이 요구하지 않아도 참전해야 할 지경이다. 

 

5 - EU가 대만을 찾아갔다. 그냥 대만을 찾아간 게 아니라 대만에 있는 EU의 타이페이 대표부를 대만 대표부로 바꿀 것을 건의했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 지도
대만의 위치는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로 가는 길목을 틀어막고 있는 형국이며, 중국의 태평양 장악에 완벽한 걸림돌이 된다.


 혐한이니 뭐니 해서 더럽게 굴어도 대만은 국제 사회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 한국은 지리상 이미 어쩔 수 없이 양안 전쟁의 굴레 안에 들어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대만이 중국에 먹히면 일단 전 세계의 반도체 산업이 중국 마음대로 돌아가게 되고,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와 같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들이 죄다 대만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IT 산업 자체도 중국에 종속될 것이다. 일단, 다른 회사는 몰라도 애플은 당분간 나락에 빠진다. 테슬라도 위험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삼성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으나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물류가 중국의 지배 아래로 들어간다면 그마저도 중국의 통제 아래로 가기 때문에 이득이 크지 않을 거다. 이런 마당에 어떻게 한국과 양안 전쟁이 관계가 없을 수 있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만 다음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대만이 사라지면 반도체 허브가 되어줄 수 있는 나라는 한국만 남는다. 중국의 패권 장악의 눈엣가시.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에 머리를 숙일 순 없지 않나. 대만을 먹고 더 강해진 중국을 한국이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느냐가 문제 되겠다. 이래도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