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 성공을 외면한 일본, 외신들도 다 틀리는 한류 분석

몰루이지 2021. 10. 24. 12:00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 일본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계기로 한국 드라마가 그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한국 드라마가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넷플릭스 월드와이드 톱 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는 걸 알았을 테지만,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은 외면하는 게 버릇인 일본의 특성에 따라 그러한 진실은 '없는 것'이 되었다. 


 "무슨 소리냐, 일본 역시 자국의 문화 수준에 대해 반성하고 있더라"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중의 의견이다.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초대박을 치고, 여러 메이저 미디어가 집중보도하자 불만을 품은 일본 정계의 압박이 있었다. 이후 일본의 메이저 미디어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싹 사라졌는데, 어느 정도냐면 BTS를 제외한 한국의 연예인이 세계적 성공(예: 블랙핑크, 송강)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할 땐 절대 한국의 연예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아시아 연예인'이라고 수식해놓는다. 이는 <오징어 게임>에 이르러선 더욱 심각해졌는데, 이젠 찌라시라 불리는 주간지들 중에서도 오징어 게임을 다루지 않는 곳이 있을 정도였다. 

 

넷플릭스 월드와이드 톱 10 안에 한국 드라마가 4개나 들어갔다. 물론, 참고용으로만 봐야 한다. 플릭스패트롤의 맹점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길.

 

 

넷플릭스 세계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의 맹점

 최근 <오징어 게임>이 초대박 흥행을 거두면서 사람들이 넷플릭스 세계 순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은 1억 4천만 2백만 구독자가 감상했다고 발표가 났고, 계정을 나눠서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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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일본의 미디어 전체가 <오징어 게임>을 외면할 순 없다. 일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일본의 넷플릭스 가입자가 430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 것 아니다라고 넘어가려던 그들도 결국 항복하고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분석 평론과 칼럼, 그리고 분석에 달린 댓글들은 공통적으로 세 가지를 지적한다.


1. 한국은 언제나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작품을 만든다.
2. 일본처럼 연기력이 없는 아이돌을 데려다가 주연을 시키지 않는다.
3. 일본과 달리 나라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품을 당당하게 만든다.


 당연하게도 세 가지 모두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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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세계 시장을 노리는 건 맞지만, 작품 자체를 세계화시켜서 만들지는 않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매우 한국적인 작품이었다. <킹덤> 역시 한국의 역사를 녹여낸 작품이라 장벽이 없지 않았고, <D.P>는 한국의 군대 생활을 그대로 붙여 넣은 작품이며, <오징어 게임>은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해설'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올 정도로 한국적인 작품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연기력이 없는 아이돌을 데려다가 주연을 시킨다. 아이돌도 아닌 젊은 배우마저도 한심한 연기력을 보여줄 때가 있어서 그 처참함에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물론, 일본처럼 감정만 잔뜩 과잉시켜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하는 배우(사토 타케루, 야마자키 켄토, 야마다 료스케 등등)가 잔뜩 있는 건 아니지만, 실력이 부족한 연기자가 외모나 화제성만으로 주연을 꿰차는 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일이다.


 일본도 자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품을 많이 만든다. 왕따 문제를 극단적으로 끌어냈던 <라이프>, 인터섹슈얼의 차별 문제를 다룬 <IS>, 소외 계층의 한을 이끌어냈던 <분노>, 대놓고 정권을 저격했던 <신문기자>. 당장 몇 초 동안 떠오르는 작품만 해도 이렇다. 일본이 치부를 드러내는 작품을 많이 만들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런 작품을 아주 잘 만들어도 대중이 봐주질 않는 게 문제다. <어느 가족>이 일본 정계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은 것에서부터 토론을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세 가지가 전부 틀렸다면 대체 뭐가 비결이냐. 어떻게 분석해야 하느냐. 


 정답은 "모른다." 되시겠다.

 

한류의 시작이었던 <가을동화>


 한국의 내놓으라 하는 전문가들이 20년이란 세월 동안 '한류'의 원인을 분석해왔지만, 지금 시점에 와서 보면 모조리 다 틀렸다. 맞춘 사람이 하나도 없다. 애초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류가 탄생했는지도 확실치 않은 마당이니까.


 이전에 얘기한 적이 있는데, '한류'의 시작은 대만이다. 한류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도 대만. 계기는 <가을동화>였고, 중화권에 송혜교가 알려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지금과 달리 혐한으로 가득 차있던 대만에서 <가을동화>가 대박을 터트린 것 자체가 미스테리 아닌가.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대만의 한류 열풍을 계승한 건 일본이었다. <겨울연가>를 계기로 시작된 일본의 한류는 혐한들의 주장처럼 죽었다 살아난 적 없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겨울연가> 돌풍 당시, 그래 봤자 얼마 안 있어서 일본의 한류가 끝날 거라고 얘기하던 전문가들 전원이 틀린 건 덤. 오죽하면 반발 작용으로 '혐한류'가 탄생했겠는가.


 우리는 2009년부터 시작된 케이팝 열풍의 원인도 모른다. 일본의 문화 속국이라고 할 수 있었던 동남아시아에서 2009년부터 케이팝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그 열풍은 갈수록 거세져서 2010년부턴 제이팝을 압도해버렸다. 수십 년 동안 동남아시아를 장악하고 있던 제이팝은 이제 일본의 서브 컬쳐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또한, 2010년부터는 일본에서도 케이팝 열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고, 이것도 원인을 모른다. 카라와 소녀시대, 빅뱅 등이 일본에 정식 데뷔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밀리언 셀러를 달성했을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대부분 '가보니까 이미 인기가 있더라'라는 반응이었다. 처음 일본에 진출할 때 공항을 가득 채웠던 일본 대중의 함성에 놀란 케이팝 그룹들은 오히려 황당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한국에선 일본에서 케이팝이 초대박을 쳤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해가 안 가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꾸준히 인기를 누렸던 한류가 중년층 대상이었던 것과 달리, 케이팝은 젊은 세대를 장악했기 때문이 '신한류'라고 불렸다. 참고로 신한류 역시 얼마 안 있어서 끝날 거는 전문가들이 많았으나 일본 정계의 압박으로 메이저 미디어에 한국인이 나갈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신한류는 깜짝 놀랄 여파를 만들어냈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케이팝이 전해진 것.

 

 당시 제이팝을 관심을 두던 외국의 와패니즈들 사이에서 신한류를 계기로 케이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녀시대가 프랑스에서 콘서트를 열기까지 했다. 2011년에는 SM 엔터테인먼트가 미국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빌려 콘서트를 열었다. 그런 식으로 케이팝의 세계적 인지도가 높아졌고, 지금은 BTS라는 괴물이 나타나서 진짜로 빌보드를 장악해버렸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혹평을 받으면서도 83개국에서 10위 안에 들어간 <마이 네임>


 자, 이제 <오징어 게임>으로 다시 돌아와보자. <오징어 게임>은 일종의 잡탕찌개다. 물론,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각종 데스 게임의 혼혈 같은 존재라는 걸 다들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혐한들이 <오징어 게임>을 표절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런 마당에 <오징어 게임>이 지금처럼 대박을 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솔직히 난 지금도 넷플릭스 차트를 보면 신기하고, 틱톡의 <오징어 게임> 관련 영상만 억 단위라는 소식엔 듣고 경악하기도 한다. 


 그리고 장담하는데 앞서 한류의 사례들처럼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대한 분석들도 시간이 지나면 전부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외국에서 인기를 끈지 20년이 지났다. 전 지구적으로 뻗어나간지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예상하지 않았던 지역에서 생각조차 못 했던 방식으로 뻗어나가는 한류를 보면서 한국의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죄다 머리를 쥐어짜며 자신의 실패를 한탄해야 할 지경이다. 한류가 조만간 끝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게 2005년이니까 벌써 16년이나 흘렀다. BTS와 블랙핑크의 세계적 성공이 1년 정도 유지될 것이라 분석한 평론가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지만, BTS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블랙핑크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쭈욱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냥 다 틀리고 있다.

 

다만 <마이 네임>의 성공이 길게 가긴 어려워보인다. 이미 구독자 수가 많은 나라 중심으로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케이트>, <악녀>, <신세계>를 함께 넣고 믹스한 듯한 작품이기 때문. 위 사진이 <케이트>.


 내 생각에 한류는 '분석'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기적적으로 무너지면서 블랙리스트로 인한 영화, 드라마 업계의 붕괴가 끝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걸 분석에 포함해서 넣더라도 어느 정도 근접한 숫자로 떨어지는 정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야말로 희대의 미스테리.


 이렇게 한국의 전문가들도 한류의 시작과 흐름, 종료 시점을 다 틀리고 있는데, 일본에서 한다고 맞출 수 있을까? 그런 분석이나 하고 있으니 한국 정부의 자금으로 로비를 해서 한류를 억지로 띄웠다는 주장까지 퍼트렸던 것 아니겠나.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한류를 분석할 때 일본의 분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더라. 기가 찰 노릇이다.) 그거 따라한 쿨 재팬이 지금 어떻게 됐더라? 그냥 인정하고 즐기는 게 어떨까.

 


뱀다리) 솔직히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이 진짜로 재수 없고 무섭다. 당당하게 한국의 성공 소식을 전달하면서 중국도 똑같이 하자는 주장을 내세운 뒤 '카피'해버리기 때문이다. 분석이고 뭐고 없이 일단 베끼고 본다는 저들의 태도는 분명히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 중국의 C팝 걸그룹들이 하는 스타일링만 봐도 꽤 그럴싸하다. 중국 IT의 세계적 성공 기반에는 카피가 있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중국이 4천 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나라를 흡수해온 비결이 이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