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한일 반도체 무역 전쟁, 2년 간의 궤적과 절망적인 양국의 미래

즈라더 2021. 9. 28. 12:00

 개인적으로 아베 신조와 그 똘마니들이 얼마나 미련한지 깨닫게 된 계기는 허풍만 가득했던 (망할 게 뻔했던) 아베노믹스의 패색이 짙어졌을 때가 아니라 한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했던 2019년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베 신조는 한국을 몰랐고 일본도 몰랐다. 


 무역 전쟁을 시작했을 당시 한국은 굽히려고 했다. 청와대 실무진부터 연관된 모든 분야의 담당자들이 일본이 저렇게 나오면 굽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서 굽히면 끝도 없이 굽혀야 한다며 대응법을 찾으라 지시한다. 아마 이 시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재앙'이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더라. 여기까지 전부 다른 언론도 아니고 일본 언론에서 나온 정보들이다. 


 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봤을 때, 한국의 기업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곤 일본과 협상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겠다'라고 발표하기도 전에 정부가 일본과 무역전쟁을 불사하려고 한다는 정보들이 재계에 먼저 입수되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재용이 급하게 일본으로 넘어갔던 건데, 그는 충격적이게도 문전박대를 당한다. 

 

스즈키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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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과 삼성에 대한 호불호는 젖혀두고 이재용은 세계적 기업인 삼성의 1인자다. 2019년 당시 일본은 토요타, 소니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삼성의 발가락 떼 수준으로 몰락해있었다. 그런 기업의 1인자가 직접 찾아갔는데 문전박대 취급을 받아버렸으니 한국의 재계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수준. 정부가 뒤늦게라도 굽혀주면 좋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을 보아 그럴 리 없어보이고, 어차피 이렇게 된 거면 정부에 협력해서 이겨낼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을 것이다. 당시 삼성이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뒤늦게 일본 측에서 럭비 월드컵을 계기로 아베 신조와 회담을 가질 수 있도록하며 달래줬음에도 탈일본 스탠스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재용이 문전박대를 당한 이후, 갑자기 이상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한국이 핵심 소재를 이미 국산화했다거나 언제든 국산화할 수 있다거나 다른 나라의 소재를 사올 수 있다는 식의 기사들. 그리고 정부와 재계는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유도해서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물론, 업계 인사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2021년 지금도 여전히 한국은 일본의 소재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어쨌든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대응했고, 2020년 팬데믹으로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각종 소재의 일본 의존도를 20% 가까이 줄였다. 또한 삼성, LG, SK 등의 대기업에서 자체 개발을 시작하고, 정부의 중소 기업 지원이 힘을 발휘하면서 앞으로 3년 안에 일본 의존도를 20%대로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신조는 한국이 결정 - 실행 과정의 프로세스가 얼마나 빠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요시오카 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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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아베 신조가 몰랐던 건 한국 기업의 성향만이 아니었다. 한국 국민의 성향도 잊어버렸다. 한국 경제에 빨대를 꼽고 쭉쭉 빨아먹던 일본 기업들은 불매운동에 진심으로 놀랐다. 당시 아베 신조나 일본의 재계가 한국을 얼마나 몰랐냐면 한일 기업인들의 회의 자리에서 일본 기업인이 이런 얘기를 했을 정도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품질이 좋은 일본의 제품들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인들은 웃음을 참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일본의 제품들이 그렇게 품질이 좋습니까? 모르겠는데요?"


 일본의 찌라시에는 여기에 더해서 "한국의 것보단 훨씬 좋다."라는 일본 기업인의 주장이 잔뜩 나왔다고 적혔다. 그래서 한국 기업인들은 입을 꾹 다물고 분을 삭혔다(웃음을 참은 거 아니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찌라시이니 만큼 여기까진 그러려니하겠는데, 이 찌라시가 회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싸지른 글을 읽어보면 정말 엉뚱하다. 한국에 대한 정보가 아주 많이 왜곡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야후 재팬에서 소비하는 한국 언론은 대부분 한국에선 비판의 대상인 언론이거나 와우 코리아와 같은 언론이라 하기 어려울 찌라시들이다.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정상적으로 얻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일본의 제품이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착각에 빠져서 산다.


 지금에 와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당시 일본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빨라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한국인들의 불매 운동은 예상할 수 없었던 사안이었다."


 이건 평범한 찌라시가 아니라 닛케이 쪽에서 나온 이야기니 사실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내내 한일 무역전쟁에서 일본이 이길 것이라 주장했던 닛케이는 지금 무역 전쟁 끝내야 한국과 일본 모두가 산다고 주장한다.


 닛케이의 말마따나 이쯤에서 생각해볼 것은 과연 한국은 계속해서 일본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살아갈 수 있느냐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든 일본 기업들이든 정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사업은 안정성을 담보로 한다. 아직 반도체 소재들을 전부 국산화할 수 없는 지금 시점에서 코로나-19까지 터졌으니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겠는가. 아마 이게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갔던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계기도 있었다. 한국에선 확정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이 G7, 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치러달라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협상은 난항이었을 것이다. 양국 모두 이득을 위해서 움직일 게 뻔하고, 일부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을 다루고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뭐가 어쨌든 한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했다. 그런데 협상을 하면서 불만이 많았는지, 일본 쪽에서 바로 그 전설적 발언이 튀어나왔다.


 "문재인은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다."


 이재용을 문전박대해서 상황을 악화시켰던 것보다 더한 지랄이었다. 무역 전쟁을 시작하던 당시엔 청와대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실무진들이 '엎으시죠'라고 말을 해왔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엎었다.

 

주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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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아베 신조에 이어서 스가 요시히데 역시 외교적 감각이 박근혜 수준이라는 걸 증명했다. 이런 일이 있었으면 한국 측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발언을 한 사람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등의 스탠스를 취했어야 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로 끝내버렸다.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일본 정부는 일본 내부에서 사고를 쳐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자국민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데 적대국으로 대하고 있는 한국에게 사과할 리가 있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겐 정상회담을 엎는다는 감각 자체가 없었던 듯하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서 시작한 정상회담인데 어떻게 엎을 수가 있느냐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을 마스터베이션이란 자극적인 단어를 쓰며 비하한 것도 '어차피 정상회담은 무조건 이루어지는데 왜 자꾸 딴지를 거느냐'는 불쾌감에서 비롯된 발언일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로 일본은 무조건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란 확신에 한국이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리면서 한국을 자극했다. 


 미국이 중재한 회담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회담을 하느냐 마느냐는 당사자들이 정한다. 외교는 기브 앤 테이크다. 주고 받아야 한다. 미국이 정말로 한국과 일본에 정삼회담을 요구했다면, 그에 걸맞는 무언가를 주려고 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해서 무역 전쟁을 끝내고 미국으로부터 그럴싸한 선물까지 받으며 윈윈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은 이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감히 미국이 요구한 걸 거절할 순 없다'


 이는 아베 신조가 집권했던 길고 긴 시간 이어져온 일본의 외교 스탠스다. 일본은 계속해서 미국에 '기브'했고, '테이크'할 때는 '제발 좀 해주세요'라고 무릎을 꿇었다. 이런 일본의 멍청한 외교를 파악한 트럼프는 일본에 밥상을 차려놓고 수저로 마구 퍼먹었다. 그리고 일본에게 그럴싸한 무언가를 거의 주지 않았다. 본래 중국에 대항할 생각도 없던 일본이 중국을 대놓고 디스하다가 욕이나 진창 먹은 것도 트럼프가 일본을 가지고 논 증거물이다.


 물론, 이건 한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본처럼 맹목적으로 무릎을 꿇는 건 아니지만, 한국 역시 미국과의 외교는 언제나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이야기가 달랐다.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직선제로 뽑힌 나라의 대표를 두고 일개 외교관 따위가 마스터베이션을 운운하다니. 이게 얼마나 정신나간 일이냐면, 5ch의 좌익 게시판에서 '망했다'라고 했고 우익 게시판에서도 '저놈 한국의 스파이 아니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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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확실한 빌미를 준 상태로 엎어진 정상회담은 (일본 언론의 말대로 미국이 요구한 것이라면) 미국에게도 큰 부담이다. 기껏 한일 관계 잘 다듬어보라고 했는데, 일본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이렇게 되면 주선자의 처지도 난처해진다. 


 어쩌면 일본 언론의 말대로 미국이 중재했던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미국은 한국을 끝도 없이 배려해주고 (트럼프가 종전 협상을 뒤엎은 것에 대한 보상, 혹은 사드 배치로 타격을 입은 한국에 대한 보상이라는 게 더 합리적이겠지만) 일본에 대해선 거의 무시에 가까운 태도로 대하는 중이다. 그리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아니 일본의 외교 전략은 세계적으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당연하다. G7 당시에도 한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것도 G7과 옵저버 국가들이 전부 지켜보는 가운데서. 이후 다시 마련된 정상 회담 기회는 상대국 대통령에게 '마스터베이션' 운운하는 큰 결례를 저질렀음에도 일본 정부는 사과 한 마디를 안 했고, 해당 담당자 역시 지금도 외교계에 멀쩡히 있다고 한다. 이런 광경을 보며 세상이 일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뻔하다.


 물론, 이러쿵 저러쿵해도 일본의 경제력은 강력하다. 또한, 한국은 저출산과 부동산 문제로 90년대 일본처럼 단 번에 추락해버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국인들은 생산이 없는 불로소득으로 나라가 완전하게 망할 수 있다는 걸 너무 모른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그걸 바탕으로 차익을 남겨 다시 대출을 받고, 또 차익을 남겨서 대출을 받아 최종적으로 꽁돈 수십억을 챙기겠다는 그 마음가짐이 딱 80년대 일본인들의 마음가짐이다. 생산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그런 돈은 가짜 돈이며 자칫하면 그 돈들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닦을 때나 쓰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은 부동산 불패라고? 일본이 똑같은 소리를 80년대에 했다. 심지어 일본은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며 미국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한국도 꼭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100%, 기업 부채 100%. 팬데믹을 버티기 위해 받은 대출도 있고, 부동산 대출로 불로소득을 창출해낸 결과물이다. 특히 저 가계 부채 중 부동산 관련해서 생겨난 부채는 완벽하게 거품으로 작용하게 되어있으며,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요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나라 경제는 확실하게 망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국민에게 미루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20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서 실패해온 끝에 올해 화룡점정을 찍은 부동산 정책은, 중국 공산당처럼 '독재'에 가까운 권력으로 엄청난 규제를 걸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만약, 부동산이 주는 불로소득에 미쳐버린 사람들이 자정 작용을 벌이지 않는다면, 한국은 확실하게 망한다. 100년 동안 전 세계 각국이 부동산 거품 경제의 결말을 알려줘왔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마저도 부동산 거품 앞에서 나라가 고꾸라졌다. 부동산 거품은 틀림없이 나라를 망하게 하며, 한국은 그 충격이 클 것이다. 불로소득으로 얻은 그 돈(정확히는 거품)은 그저 휴지조각 혹은 무의미한 전산 숫자가 될 지도 모른다. 

 

 한일의 결말은 사이좋게 망하는 것. 덤으로 요새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까지 같이 망하면 급속도로 발전하던 동아시아가 대만을 제외하고 전멸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서구권과 동남아시아에서 폭소하는 광경이 눈에 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