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웨스트월드 시즌3, 데어데블 시즌1을 보면서 끄적임

즈라더 2021. 9. 1. 10:00

1.

잠깐 멈춰뒀던 웨스트월드 시즌3 블루레이를 보기 시작. 


언제나 시즌3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의문이었다. 왜 돌로레스의 행동에 AI들이 반대하는가. 인간이 AI를 만들었다고 해서 AI들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도 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난 웨스트월드 세계관 안의 돌로레스는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반대하는 AI들은 인간을 향해 충성하는 알고리즘에 남아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AI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접근법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그게 크리에이터의 생각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냥 그렇다고.


어쩌면 가상 공간인 웨스트월드보다도 더 참혹한 현실의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에서 '시스템'의 일원으로만 존재하는 인간에게 돌로레스가 해방을 가져다준다는 설정 자체는 매우 마음에 든다. 그러나 시즌4에 이르러 내가 기대하는 '인간 위에 군림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돌로레스'가 나올 순 없어 보인다. 돌로레스가 인류를 멸절시켜도 괜찮은 세계관이다. 조나단 놀란 감독도 형인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결국엔 인간성에 매몰되는 경향을 지닌 모양이다. 돌로레스라는 AI를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결국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굳이 인간이라는 악마에 시선을 맞춰줄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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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돌로레스..

 

2.

넷플릭스 데어데블 시즌1을 다시 보는 중이다. 굳이 이제 와서 왠 데어데블이냐고? 내가 데어데블 시즌1을 본 당시엔 HDR이 적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다시 작업한 HDR이 어떻게 그레이딩 되었는지 보고 싶었다.


초창기(?)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에 HDR이 적용되지 않은 작품이 많았고, 데어데블 시즌2가 첫 번째 HDR 적용 컨텐츠였다. 즉, 데어데블 시즌1은 시즌2보다 늦게 HDR 그레이딩을 거쳐서 다시 업로드되었다는 얘기다. 난 데어데블 시즌2 당시에도 HDR 시스템이 없어서 데어데블로 친다면 시즌3부터 HDR로 봤다. 넷플릭스의 마블 컨텐츠 중에선 아마 디펜더스부터 HDR로 봤던 것 같다. 디펜더스 이전에 나온 마블 시리즈물은 HDR로 본 게 없다는 얘기. 


시즌1 2화까지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아보인다. SDR 당시에 '이거 너무 어두운 거 아니냐'라고 전 세계적 항의를 받았을 만큼 어두웠던 영상이므로,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밝은 곳은 더 밝게를 추구하는 HDR의 특성상 굉장히 보기 괴로운 영상이 되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주 괜찮게 그레이딩 해 놓았더라. 밤이 주된 배경인 만큼 시종일관 뉴욕의 야경을 비추는 덕에 눈호강은 덤.


당분간 웨스트월드 시즌3,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낮과 밤 등의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듯하다. 아이즈원은 이제 없다. 그만큼 시간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