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구들이 열광하던 애니메이션, 프라모델은 에반게리온이었다. 다들 에반게리온을 멋지게 조립하고 에나멜로 자기 취향에 맞게 도색하면서 놀던 시절, 나는 고고하게 패트레이버 잉그램 1호기를 만지면서 놀았다. 에반게리온보다 패트레이버를 더 일찍 접한 데다 잉그램 1호기의 멋짐에 취해서 에반게리온의 그로테스크함엔 눈길이 안 가더라. 무엇보다 돈이 없었던 내게 에반게리온은 너무 비쌌다. 당시 잉그램 1호 프라모델 가격은 12000원이었고, 에반게리온은 16000원이었다. 왜 그런 차이가 났는지 정확한 이유는 동네에 있던 유일한 프라모델 가게 주인만이 알겠지만, 여렴 풋이 에반게리온을 사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이게 벌써 20년 전이다.
어쨌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에반게리온보다 더 먼저 알았고, 더 멋진 작품으로 여겼다.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2편뿐 아니라 1편과 3편 모두 마찬가지. 지금에 와선 내가 과연 이 시리즈의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패트레이버가 참 좋았다.
아래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1의 한정판 블루레이. 한정판 구성은 2, 3편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