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공포분자 (1986) 그래도 한국 영화를 많이 봐야 하는 이유

즈라더 2021. 5. 26. 00:00

 대만 영화인 공포분자의 블루레이를 언박싱하는 글에 무슨 한국 영화 운운이냐 싶겠는데, 에드워드 양 감독과 대만 영화계의 사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제목을 정해보았다. 코로나19 시국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일이라서.

 

 기나긴 국민당 독재 정권이 끝을 보이고 있을 무렵, 대만의 대중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했다. 특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재능으로 대만 영화 뉴웨이브의 정점을 찍게 만든 감독들이 있었는데, 이 공포분자의 감독인 에드워드 양 감독이 그 중의 하나였다. 에드워드 양이 대만의 모호한 정체성과 끔찍한 역사를 '미성년자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풀어나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그야말로 마스터피스로, 전세계를 통틀어서 그 정도의 영화를 만들어낼 감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에드워드 양 감독을 비롯해 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우샤오센, 차이밍량과 같은 감독들은 대만이 아니라 홍콩, 중국, 미국, 일본에서 활동하는 일이 빈번해지기 시작한다. 스크린 쿼터제를 폐지한 뒤, 헐리우드 영화가 극장가를 아예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다. 

 

 '뉴웨이브'라 칭해졌고,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감독들이 있음에도 대만 영화를 극장에 걸어주는 것도 인색해했던 극장주들의 행패와 이게 뭐가 문제냐면서 대만 영화를 수준이 떨어지는 영화 취급을 했던 대만 국민의 아둔함이 맞물려 대만 영화의 뉴웨이브는 단기간에 끝나버렸다. 그 이후의 대만 영화계는 그야말로 암흑기. 극한의 암흑기. 대만의 영화계 사람들이 모조리 중국으로 넘어가 활동하기 때문에 대만은 여전히 쉽지 않아보인다. 이따금씩 나오는 계륜미나 진연희, 왕대륙, 주결륜과 같은 배우들의 영화가 인기를 얻었지만 거기서 끝. '데뷔는 대만에서, 전성기는 중국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만이 배출한 마지막 세계적 감독인 이안이 이제 미국인이 되어서 헐리우드와 중국에서만 활동하는 현실을 떠올려보시라. 

 

 이 모든 것들이 대만 영화를 극장에 걸어주지 않고, 대만 영화를 우습게 보던 대만 국민들이 만든 지옥도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위대한 감독'이라 불리는 대만 감독들이 아주 이따금씩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고, 보통은 외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 끔찍한 광경을 한국에서 보지 못 하리란 법이 없다. 코리아 뉴웨이브라 칭해지는 한류의 영화 분야가 지금 최악의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하는 극장이 줄을 잇고, 스크린 쿼터제가 있음에도 한국 극장가는 헐리우드 영화만 흥행한다.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의 수준이 한국 영화보다 낫다면 모르겠는데, 초대박을 터트려서 깜짝 놀라게 하는 헐리우드 영화들 대부분이 비평적으로 절망적인 혹평을 얻고 있음에도 한국 영화보다 수십배는 더 흥행한다.

 

 한국 영화를 얕잡아보는 경향은 어린 세대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괴상하고 황당한 일이다. 한국 영화의 중흥기에 태어나 한국 영화들이 아시아 영역을 장악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한국 영화는 수준이 떨어져서 못 보겠어'라는 말을 하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60대의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한국 영화의 퀄리티가 나락에 떨어졌던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한국 영화 수준을 (잘 보지도 않는 주제에) 비아냥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세대는 대체 왜?

 

 어쨌든 자칫 잘못하다간 대만처럼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에 대만의 대중문화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따져보시라. 아마 지긋한 어르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정도거나 시네필들 사이에서 대만 뉴웨이브 시절의 영화를 뒤늦게 감상하고 감탄하는 정도겠지. 지금의 한국 영화가 1980년대 대만 영화처럼 기억되는 미래를 보고 싶지 않다.

 

 아래로 공포분자 한정판 블루레이. 이번에도 노바 미디어가 큰일을 해주셨다.

 

내용이 잘 기억나질 않는다. 얼른 다시 봐야 하는데 볼 영화와 드라마가 너무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