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중국 자본 OTT '아이치이'의 낚시 떡밥이 된 한국

즈라더 2021. 4. 21. 09:52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가 세계를 점령해가는 가운데에 중국의 OTT도 힘을 내고 있다. 중국은 어떻게든 동남아에서 자국의 드라마를 성공시키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아이치이의 약진이 돋보이는데, 아이치이는 한국 드라마 해외 판권을 대거 구매해서 외국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힘겨운 동남아시아 쪽에선 넷플릭스보다 훨씬 저렴한 아이치이에 사람이 조금씩 몰리고 있다. 또한, 동남아에 진출시켰거나 예정인 중국 자본의 OTT는 아이치이만이 아니라고 한다. 몇몇 중국 방송사는 유튜브에 외국어 자막과 함께 자사의 방송을 올리기까지 한다.

 

 한국 드라마, 저렴한 가격으로 동남아시아를 공략하는 중국은 그렇게 유입된 이들을 중국 드라마와 영화로 끌어들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동남아시아 쪽에서 중국 드라마의 인기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중국 드라마는 동남아시아 쪽에서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싶어할 만큼 현실 반영이 안 된 '꿈의 영역'을 그리고, 사회비판적인 무협보다는 찬란한 선협 위주로 인기를 누리는 모양이다. 한국 드라마들이 다양한 장르,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면, 현대 배경의 중국 드라마는 그런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다. 중국 공산당부터가 최대한 중국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품을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런 중국 드라마의 경향은 2007년에 만들어진 별애아부터 조짐이 보였으니 벌써 10년이 넘도록 이어진 이미지 마케팅이다. 

 

 난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강점은 사회의 부조리함, 돈과 명예의 공포, 현실적인 삶 등을 확실하게 끄집어내서 건드린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에서 그런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 이미지 마케팅을 하다가 작품의 질까지 떨어트리는 꼴깝을 떨고 있으므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현실 반영은 몹시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오히려 한국 드라마가 '이상향'만 잔뜩 그려내기 시작한다면 한국 대중이 나서서 그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즉, 중국 드라마들처럼 예쁘고 반짝거리는 작품을 만들라는 얘길 하고자 함이 아니다. 중국 자본에 한국 해외판권 작품을 팔지 말라고 얘기하고자 함이지.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OTT를 통한 웹드라마가 활성화되었다. 한국이 웹드라마를 차별하고 무시할 때 OTT 산업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전체에 드라마나 예능을 송출하고자 하는 연예계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기도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치이 등 중국 자본에 팔려간 한국 드라마는 중국의 동남아시아 공략의 첨병으로 전락했다. 인기 한국 배우의 드라마에 관심을 가져서 아이치이에 입문한 뒤 자연스럽게 다른 중국 드라마들에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식. 대유행으로 집안에 갇혔는데 경제적 사정 때문에 넷플릭스를 구독할 수 없어서 아이치이를 구독한 일부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꽤나 강제적으로 중국 드라마까지 보게 된다. 괜히 중국산 OTT가 대유행 시국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진출을 꿈꾸는 게 아니다. 중국산 OTT의 최종 목표는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어떻게든 뺏는 것이다. 그런 곳에 판권을 판다고? 그럴 바엔 차라리 HBO MAX나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진출하면 그쪽에 팔아라. 이미 컨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OTT는 그런 짓은 안 한다.

 

 중국은 '투자'의 기본 개념이 없다. 문어발 투자로 엄청난 금액을 벌어들인 텐센트는 그렇게 투자를 감행한 회사들의 지분을 야금야금 늘려가면서 회사 잡아먹기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투자'란 '강탈'과 같은 개념이며, 전체를 빼앗아 먹을 생각이 없다면 투자 자체를 안 하는 곳이다. 이건 중국이 개방된 후 약 40여년 동안 줄곧 변함이 없이 이어져온 것들이며, 중국 산업의 기본적인 사고 방식이다. 이런 중국의 '잡아먹기 투자'에 낚여서 기술이고 뭐가 죄다 넘겨준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그런 중국의 공격성을 뻔히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아직도 중국 자본에 눈이 멀어있다. 지금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면 뭘 하나. 중국이 다 잡아먹어버리면 그건 중국의 세계적 인기가 되는 법이다. 돈 앞에선 장사 없다. 빅히트가 공격적으로 영역을 넓힌 것도 다 중국의 위험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얘가 한국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외국의 에프엑스 팬들이 얘를 버렸을까? 그럴리가. 케이팝 출신 중국인들이 뒤통수를 치고 중국으로 돌아가서 중국 문화산업의 첨병이 되면 대체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 이것도 언젠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는 텐센트로부터 엄청난 거액을 투자받거나, 아이치이와 같은 중국 OTT에 해외 판권을 팔거나, 아예 아이치이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해주며 아이치이의 한국 진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자신들이 중국 산업의 선봉장이 되어 중국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중국이 '세상 모든 것은 나의 것'이라 외치는 게 장난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거 진심이다. 그리고 중국은 최소 3천 년 동안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여왔다. 지금의 산시성 남부에 해당하는 작은 영토였던 중국은 3천 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라가 되었다. 심지어 자신들을 지배하던 몽골족과 만주족마저도 이제 중국의 소수민족이 되어버렸을 만큼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한다. 지금 중국이 아프리카에 만들고 있는 식민지들을 보라. 정말 중국이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그 생각을 버리길 권한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부터 지금까지 쭈욱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똑같은 짓을 할 것이다. 

 

 

뱀다리) 난 중국 자본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유입되고 중국의 OTT가 한국으로 공식 진출하는 것에 대해 국산 OTT에 아주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오던 시절 티빙과 같은 국산 OTT들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대항하기보단 애국심 마케팅을 던져놓고 넷플릭스를 공격하기 바빴으며, 넷플릭스가 한국에 완전히 자리잡은 지금도 OTT를 확장할 생각은 안 하고 아이치이의 한국 진출에 도움이나 주고 있다. 심지어 그런 마당에 웨이브와 티빙이 분열되는 사태까지 일어났으니 할 말 다했다. 국산 OTT의 재무제표를 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뱀다리2) 외국에 사는 아이즈원 팬이 예나의 티빙 오리지널 예능을 보지 못한다며 한탄할 때 누가 뒤통수를 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일본을 보면 알겠지만 국내에만 고여있으면 죽는다. 썩는다.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건강함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에 있다. 바로 옆나라 일본이 반면교사가 되어주는데 그렇게 썩어버리고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