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AS로마 주제 무리뉴의 선수탓에 대한 끄적임

즈라더 2021. 5. 16. 00:00

 주제 무리뉴에 대한 오해.


 언변의 마술사라 불림과 동시에 성적 부진을 두고 선수 탓을 하는 무능한 감독이라 불리는 주제 무리뉴. 가는 곳마다 선수 혹은 스탭과 트러블을 일으켰고 대단한 결과를 내놓아도 경질되기 일쑤였다. 심지어 주제 무리뉴를 동경해서 불리한 조건도 감수하며 그의 팀에 들어간 선수가 결국 불화설과 함께 이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주제 무리뉴의 언변에 대해 몇 가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지적해보고자 한다. 알려지지 않다 보니 오해가 되는 사실들. 이건 그간 다른 팀에서는 '확신'까지 들지 않았지만, 주제 무리뉴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팀인 토트넘에 있으면서 확신하게 된 것들이다.


 주제 무리뉴가 인터뷰할 때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니들은 내 선수 비판 못해. 내 선수는 나만 비판할 수 있어."


 실제로 그는 커리어 내내 인터뷰어로부터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에 대해 '최근 폼이 안 좋은데 다른 이유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꽤나 강하게 반박해왔다. 그것도 구체적인 이유와 분석까지 들여서. 다른 감독들은 '좋아질 것이다'와 같이 얼버무리는 것과 달리 주제 무리뉴는 '건방지게 내 선수들 욕하지 마라'에 가깝도록 강하게 답변한다. 


 대신 주제 무리뉴는 자기가 선수를 비판할 때는 꽤나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건 '내가 라커룸이나 훈련할 때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들어라.'라는 메시지다. 언론에 공개된 비판은 선수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듯하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 선수와 관련된 인터뷰 중 주목해야 할 것이 몇 개 있다.


 "케인과 소니는 월드 클래스다."


 이건 지금과 같은 폼을 계속 유지하라는 경고다..


 "케인과 소니의 좋은 점은 서로 질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인과 손흥민은 평소엔 친해도 경기장에선 그렇지 않은 일이 잦았다. 손흥민이 패스해야 할 타이밍에 패스하지 않을 때 케인은 온몸을 떨어가며 '갓 뎀 잇!'을 외친 적도 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적도 있다. 마찬가지로 손흥민 역시 케인이 제때 패스를 안 해주거나 자기가 준 완벽한 기회를 놓치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다. 이러한 경향이 사라진 건 이번 시즌에 들어서의 이야기다. 


 또한 다른 선수에게 케인과 손흥민의 호흡을 질투하지 말라는 의미기도 했다. 케인과 손흥민을 질투하던 비주전 선수들이 있다는 얘기는 휴고 요리스의 인터뷰에서 유추해볼 수 있었다.


 "소니는 지난 두 경기에서 28km를 뛰었다."


 유튜브나 SNS의 토트넘 팬들이 아닌, 스퍼스웹의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에 대한 신용을 상당히 잃은 상태로, 당시에도 손흥민의 경기력을 심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이를 본 건지 기자가 손흥민의 폼이 안 좋은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했고, 그 대답이 위와 같았다. 앞서 얘기한 사례와 같다. 내 선수는 내가 비판한다. 너네들은 아는 게 없으므로 자격이 없다. 이런 스탠스다. 특히 스퍼스웹에서 나오는 비판을 대놓고 두들겨 팼다. 스퍼스웹은 손흥민이 게으르다고 지금도 욕하는 중이다.


 "소니가 왜 슛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시즌 중반부터 손흥민은 슛할 기회를 패스로 넘기는 버릇이 생겼었다. 케인의 어시스트를 받고 있다보니 미안함이라도 생긴 건지 이상할 정도로 슛과 드리블을 안 하고 있다. 무리한 드리블 돌파와 슛으로 욕을 실컷 먹던 손흥민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주제 무리뉴 역시 기가 막힐 노릇이었을 것이다. 사실 인터뷰를 한 경기에서 손흥민이 노린 키패스는 슛보다 훨씬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그 장면에 대해 왜 슛을 안 하냐는 뜻이 아니라고 본다. 주제 무리뉴의 의도는 지나치게 슛을 아끼는 손흥민의 최근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다.

 

무리뉴가 나이 든 모습을 보니 세월을 실감하게 된다..... 첼시 데뷔 때만 하더라도 연예인보다 잘생긴 축구 감독으로 유명했는데...


 주제 무리뉴는 이런 식으로 선수들을 비판한 뒤 선수가 비판을 받아들여 고치는지 아닌지를 지켜본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치려하면 그걸 돕고 주전으로 올려주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손흥민과 케인이 뛰어나도 체력 안배도 없이 무조건 주전 자리를 주는 건 상당한 무리였음에도 두 선수는 쉴 시간도 없이 무한한 애정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에게 '너희도 말 잘 듣고 열심히 하면 손케 듀오처럼 될 수 있어'라고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은돔벨레 역시 이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 시즌 주제 무리뉴에게 직접적으로 비판받았던 은돔벨레는 리그 휴식기에 1:1 트레이닝까지 하며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프리미어리그에 완전히 적응해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주제 무리뉴가 토트넘에 와서 꽤 부드러워졌음에도 실패한 것은 토트넘의 선수간의 격차가 심하다는 걸 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 팀에선 선수간 격차가 아주 심한 건 아니어서 희망을 주면 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선수가 많았고, 덕분에 굉장히 험악하게 굴면서도 2년 차가 될 때까지는 선수단을 장악하는데 성공해왔다. 그러나 토트넘의 선수들은 주전과 비주전 사이에 엄청난 벽이 있다. 예를 들어 주전 수비수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로테이션으로 돌리던 에릭 다이어, 다빈손 산체스의 실력 격차는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느껴질 만큼 막대하다. 원톱인 해리 케인은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세계 최고의 중앙 공격수 중 하나고, 베르바인은 하필이면 손흥민과 겹치는 반대발 윙어라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기회조차 잡지 못 했다. 


 주제 무리뉴는 상대팀 선수에 대해서 칭찬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다른 감독들도 상대팀의 뛰어난 선수들을 칭찬하지만, 그는 아예 분석을 하고 개인적 감상까지 덧붙혀 칭찬한다. 대체로 이런 식이다.


 "XX는 체력적으로 뛰어났고, XXX한 움직임에 제한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곳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활약이 뛰어났다. 오늘 그의 레코드를 분석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경기를 치르고 나니 그의 얼굴만 봐도 피로감을 느낀다. 저런 선수 한 사람이 경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칭찬을 상대팀 선수에게 거리낌없이 하는 게 주제 무리뉴다. 게다가 주제 무리뉴가 칭찬하면서 곁들인 분석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주제 무리뉴의 분석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냐면, 그가 스카이 스포츠에서 패널로 활동할 때 그 날고 긴다던 전문가들이 그의 말에 반박 하나조차 못하고 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듣고만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주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되자 혹시 스카이 스포츠의 패널로 다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