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일본의 한계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

즈라더 2021. 2. 10. 12:00

 나름 열심히 만화 원작 특유의 냄새를 빼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상상력의 한계인 걸까 아니면 원작을 존중하고자 하는 사고방식의 발현인 걸까. 아리스 인 보더랜드 역시 만화 원작이라는 걸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백하는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다. 


 (꽤나 훌륭한)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등장인물들이 지닌 배경 이야기는 감정과잉과 감정결핍으로 들떠버린 연기에 묻히고, 기껏 존재감을 드러낼 법한 타이밍엔 '설명'에 열중하느라 그야말로 연극이 되어버린다. 이는 일본 드라마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스토리텔링에 익숙해지면 필연적으로 생길 이야기의 공백이 사라져서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의 매니아층을 형성한 뒤엔 고여서 썩는다. 현실성이 지나칠 정도로 없기 때문이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스토리텔링 또한, 스위트홈마냥 설명 혹은 중요한 상황을 건너뛰는 급전개를 하진 않지만, 극의 전개에 짜 맞추기 위해서 극단적이고 허술한 순간이 여럿 등장한다. 여기서 현실성은 재차 안드로메다로.

 

후반은 아사히나 아야와 미요시 아야카 보면서 버텼다


 보통 극작가들이 만화 원작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낼 때 가장 고생하는 부분이 바로 현실성이다. 특히 SF 만화는 자칫 대사 하나만 실수해도 '코스프레'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리고 마는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나 에이전트 오브 쉴드, DC의 드라마 유니버스 작품들이 그 영역으로 넘어가서 유치찬란한 빛을 발한 바 있다. 헐리우드에서도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은 오래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닌 '타협'하는 쪽을 택했고, 그 결과물이 라이어 게임이었다. 이후 SF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는 대체로 라이어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적절하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아사히나 아야는 비키니 투혼과 액션으로 심하게 부족한 연기력을 상쇄했다


 맥 빠지는 일이다. 일본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와서도 특유의 버릇을 버리지 못 하고 있다. 여러 비영어권 나라들이 하나 같이 넷플릭스 덕분에 표현의 자유를 가지게 되면서 다크, 종이의 집과 같은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일본은 기껏 부여받은 자유의 힘으로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만들었다. 틀을 깬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나저나 미요시 아야카는 대체 왜 이 드라마에 나온 걸까? 미요시 아야카 정도 되는 배우가 그렇게 작은 역할에 나올 이유가 없다. 주연까진 아니더라도 츠치야 타오 다음으로 비중이 큰 역할을 맡을 정도의 배우다. 시즌2에는 큰 역할이 되기 때문이거나 소속사인 아뮤즈 혹은 미요시 아야카 본인이 정말 작품 보는 눈이 없거나.